2024년 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산 수입도 급증
"中, 탈미국화 캠페인 가속" 중국 반도체 장비 수입액 309억 달러... 日·네덜란드가 200억 달러 차지
"中, 탈미국화 캠페인 가속" 중국 반도체 장비 수입액 309억 달러... 日·네덜란드가 200억 달러 차지

닛케이 아시아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총 309억 달러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주요 공급국에서 수입했으며, 이 중 거의 200억 달러가 일본과 네덜란드에서 들어왔다. 일본은 96억3000만 달러로 1위, 네덜란드는 95억3000만 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전년 대비 28.23% 증가했으며, 이는 2019년 미·중 긴장이 고조된 이후 5년 연속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2018년부터 2024년 사이 일본산 장비 수입은 3배 이상 늘었다. 네덜란드산 장비 수입도 지난해 31.6% 급증했다.
반면 미국산 장비 수입은 지난해 11.5% 증가한 31억8000만 달러에 그쳤으며, 2021년 기록한 36억90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은 원산지 기준으로 중국의 4대 공급국으로 밀려났다.
싱가포르는 48억6000만 달러로 3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2018년 대비 345% 급증한 수치다. 말레이시아와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도 크게 늘었다. 특히 한국산 장비 수입은 2018년 대비 310% 이상 증가한 16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의 현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의 규제에 맞춰 일본과 네덜란드가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선제적 구매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탈미국화(De-Americanization)"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중국 칩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일본의 리소그래피 및 세척 기계와 한국의 하이브리드 접착 도구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다"고 밝혔다. 이 임원은 SK하이닉스가 한국 한미반도체의 하이브리드 본딩 툴을 사용해 AI 칩의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가 HBM에 사용하는 모든 도구를 중국 기업들도 원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조 도구 수출액은 전년 대비 42.4% 증가한 14억 달러를 기록했다. 김혁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의 절반 정도는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스를 포함한 중국 업체로, 나머지는 삼성의 시안과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에서 나온다"며 "중국 칩 제조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공구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고 분석했다.
일본 칩 장비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일본과 한국 공급업체의 기술이 역량을 향상시키려는 중국 기업에 매력적이고, 미국 도구 접근이 어려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임원은 또한 "일본과 한국 공급업체에서 은퇴한 수석 엔지니어를 포함해 중국으로의 인재 유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3~5년 안에 중국 국내 공구 공급업체의 기술 혁신이 외국 공급업체의 시장 점유율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상위 5개 국내 업체 모두 작년에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중 4곳은 역대 최고 순이익을 달성했다. 예를 들어 Naura Technology는 순이익이 44% 이상 급증하고 매출이 35% 증가해 2024년 매출 기준 세계 6대 장비 제조업체에 진입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데이비드 다이 반도체 분석가는 "중국 국내 반도체 장비 부문은 현지 기업이 일부 미국 경쟁업체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에칭, 증착, 세정 분야에서 미국 업체들이 중국 국내 경쟁업체에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