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현지시각)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약 5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의 매출 손실을 예상하고 있으며 AMD도 8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의 손실을 경고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엔비디아의 주가는 미국 프리마켓에서 5.8% 하락해 시가총액이 1600억 달러(약 227조 원) 이상 증발했다. AMD 역시 6.5% 하락했으며 브로드컴, 마벨 테크놀로지, 마이크론 등 다른 AI 관련 반도체 기업들도 3.5%에서 4.6%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체 매출의 약 12%인 37억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올렸으며 이 가운데 H20 칩이 약 120억 달러(약 17조 원)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H20 칩의 성능이 이미 중국 내 대안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이번 규제로 중국 AI 시장이 화웨이에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수출 규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와 4% 하락했으며, 네덜란드의 ASML과 일본의 어드반테스트 등도 주가가 하락했다. 특히 ASML은 미국의 관세로 인해 2025년과 2026년 실적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반도체와 일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를 유예하고 있지만 향후 특정 산업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러한 관세는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에게 연간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TD 코웬은 "단기적인 실적에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핵심 고객인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을 위한 블랙웰 AI 시스템 출하가 여전히 주요 성장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