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LNG업계, 미국 건조 LNG 선박 없어 새 규정 준수 불가 반발

미국 천연가스업계가 미국산 LNG를 운반하는 데 미국 선박을 사용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새 규정을 철회해달라고 미 정부 측에 요청했다. NYT는 이날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해양 지배력을 약화할 목적으로 미국 내 선박 건조와 운항에 관한 새 규정을 마련했으나 미국의 석유와 가스 산업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지난해 미국이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화오션은 한국에 있는 조선소에서 200척의 LNG 운반선을 건조했으나 이들 선박이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건조됐다”고 지적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LNG 운반선의 미국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 3년 뒤부터 LNG 수출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했다. 오는 2028년 4월 17일부터 전체 LNG 수출 물량의 1%를 미국산 LNG선으로 운송해야 하며 2047년에는 이 비중을 15%로 늘리도록 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산 선박과 해운 기업을 배제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나 전용 수출 선박이 없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LNG 운반선을 이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한화오션 미국 법인의 자회사인 한화해운(Hanwha Shipping)이 첫 미국산 LNG 운반선을 건조할 기회를 잡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최근 미국은 조선소에서 LNG 운반선의 건조한 이력이 없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내부적으로 단기간에 LNG 운반선 건조 수주는 어렵다고 본다. 현재 필리조선소가 이전에 수주한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미국 화석연료 업계 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는 2029년께부터 미국산 LNG 운반선을 이용하라는 트럼프 정부의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API는 미 교통부 등에 보낸 서한에서 연간 340억 달러(49조 원) 규모인 미국의 LNG 수출 산업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4월 17일에 발표한 규칙 탓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USTR은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180일 후부터 부과하고 그로부터 3년에 걸쳐 수수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LNG 운반선은 중국에서 건조된 것이 대부분이고, 미국산은 없다. USTR의 새 규정을 준수하려면 2029년께부터는 미국에서 건조된 LNG 운반선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미국 내 조선소에는 2029년 시한까지 LNG 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여유 역량이 없어 새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API가 강조했다.
미국은 2023년에 호주를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된 데 이어 작년에는 하루 119억 세제곱피트의 LNG를 수출했다. 미국 LNG 업계는 2020년대 말까지 수출 규모를 2배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은 최근 조선산업 자립과 해상 안보 강화를 위해 대규모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 등 입법을 통해 10년 내 미국 내에서 건조된 선박을 250척까지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조선과 해양산업에서 지배력을 확대해 왔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 조사업체인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선박 수주의 70%, 해상 무역에서 40%를 차지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