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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달러화, 트럼프 취임 후 100일간 9% 급락...1973년 닉슨 2기 이후 최악

1973년 이후 2021년까지 대통령 취임 첫 100일 동안 0.9% 수익률 기록
미국 달러 지폐와 주가 하락 그래프가 겹쳐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 지폐와 주가 하락 그래프가 겹쳐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달러화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100일 동안 9%가량 하락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돈을 빼 다른 국가로 이동하면서 달러화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이날까지 9.2% 급락했다.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달러화의 이러한 약세는 지난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첫 100일간의 하락 행보 이후 52년 만에 최악의 흐름이다. 닉슨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당시 100일 동안 달러 지수는 8.1% 하락했다.

지난 1971년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자유변동환율로 전환하며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세를 촉발했다. 이른바 ‘닉슨 쇼크’로 불리는 이 조치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수립된 브레튼우즈 체제의 고정환율 제도는 사실상 종식됐다.
달러화는 1973년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까지 대통령 취임 첫 100일 동안 평균 0.9%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강세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렇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달러 강세 흐름에 명백한 균열이 생겼음을 입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초반부터 중국 및 다른 교역국에 대한 관세 부과 강화로 투자자들을 미국 이외 자산으로 내몬 데 따른 것이다.

이 여파로 달러화는 힘을 잃었고 금을 비롯해 유로화, 스위스 프랑화 및 엔화 등 소위 안전 자산들이 랠리를 펼쳤다.

BMO 글로벌 에셋 매니지먼트의 비판 라이 매니징 디렉터는 "그동안 미국 달러의 편재성과 국제 무역 및 금융에서의 역할은 미국 기관에 대한 깊은 신뢰, 낮은 교역 및 자본 장벽, 예측 가능한 외교 정책과 함께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글로벌 자산 배분 추세가 미국 달러를 선호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구조적인 것으로 달러에 호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위협하고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달러화 위상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미국 국채와 달러 매도세가 심화하자 이번 주 들어 파월 의장을 해임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번 주 도이체 방크는 향후 몇 년 동안 달러화가 구조적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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