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소나·스텔스 등 4대 핵심기술 집중 개발
산학연·원팀 총력…캐나다·폴란드 등 수출길 넓힌다
산학연·원팀 총력…캐나다·폴란드 등 수출길 넓힌다

지난 25일(현지시각)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 미러에 따르면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지난 24일 경남 창원에서는 방위사업청(청장 석종건) 주최, 국방과학연구소·국방기술진흥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K-잠수함 글로벌 탑-티어 수중 핵심기술 연구개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방부, 합참, 해군을 비롯해 방산업체, 서울대· KAIST 등 산·학·연·군 관계자 200여 명이 모여 K-잠수함의 미래 기술과 수출 전략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방위사업청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잠수함 기술 고도화 계획을 본격 추진한다. 방사청 주도 아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 대표 방산업체인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이 긴밀히 협력한다. 특히 방사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참여하는 'K-해양방산 원팀'의 전략적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양사가 국내에서 소모적 경쟁을 줄이고 각자의 강점(한화-잠수함, HD현대-수상함)을 살려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서울대, KAIST 등 학계와의 공동 연구를 독려하고, 국방부·해군 등 정부 차원의 정책·예산 지원과 함께 개발된 기술이 신속히 실전 배치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핵심기술 개발과 수출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공감하며 초당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 소나부터 스텔스까지...첨단 기술 확보 박차
핵심 개발 분야는 잠수함의 생존성과 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기술에 집중된다. △기존 2차원 탐지 방식에서 벗어나 표적의 거리·방위·심도까지 입체적으로 탐지하고 인공지능(AI)으로 표적을 자동 분류하는 차세대 소나(SONAR) 체계 △내부 장비의 진동을 3개 축에서 능동적으로 제어해 소음·진동을 극도로 억제하는 '3축 능동마운트' 기술, 첨단 음향 스텔스 소재, 메타물질, 저소음 프로펠러 등을 망라하는 스텔스 성능 강화 기술 △잠항 심도와 내구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초고강도 특수강' 같은 신소재를 압력선체에 적용하는 첨단 소재 및 구조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뛰어넘는 연료전지, 고체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과 공기불요추진체계(AIP) 성능 개선 △AI 기반 전투체계 및 신형 무장 시스템 통합 △주요 부품의 국산화율 제고를 통한 기술 자립도 향상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 과제로 핵추진 잠수함의 동력원이 될 수 있는 소형 원자로(SMR), 그중에서도 미국조차 상용화하지 못한 나트륨-비스무트 냉각 방식 4세대 원자로 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는 한미 원자력협정 등 국제 규범과 외교적 문제를 고려해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사안이다.

◇ 장보고-III 성공 발판... KSS-IV 향해 전진
한국 해군은 이미 장보고-I/II급 잠수함 운용 경험을 축적했으며, 독자 기술로 개발한 3000톤급 장보고-III(KSS-III) 배치-I(도산 안창호함급)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해 운용 중이다.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건조가 한창이며, 향후 개발될 KSS-III 배치-III 및 KSS-IV 등 차세대 잠수함에는 연료전지, 고체전지, 차세대 AIP, 수중 기동성을 높이는 X형 조타기 등 더욱 진화한 기술들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러한 성공 경험과 기술력을 토대로 차세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은 잠수함 기술 분야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첨단 기술 확보는 우리 해군의 잠수함 역량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잠수함의 경쟁력을 높여 방산 수출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K-해양방산 원팀' 앞세워 해외 공략
한국은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캐나다, 호주, 폴란드, 필리핀 등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K-잠수함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각국의 요구에 맞춘 플랫폼 제안, 현지 생산 협력, 기술 이전 등 유연한 전략을 구사하며 프랑스, 스페인 등 잠수함 분야 전통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뛰어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는 이번 투자가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잠수함 설계·건조부터 시험평가, 후속 군수지원까지 이어지는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을 튼튼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개발된 첨단 기술을 실제 잠수함에 안정적으로 적용하고,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며, 국제적인 인증과 표준을 확보하는 등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종합적인 노력은 K-잠수함이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