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에 본사를 둔 제약사 3곳은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최근 수주 간 항공편을 통한 의약품 수출을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관세 부과 전 미국에 가능한 많은 의약품을 들여놓기 위해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물류업체들과 협업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 제약사의 임원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한 시나리오 차원에서 UPS와 DHL 등 글로벌 운송업체를 통해 의약품을 항공편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의 관계자도 “재고 확보를 위해 가능한 물량을 항공편으로 미국에 미리 들여보냈다”며 “업계 전반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독일계 물류기업 DHL은 최근 유럽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기 기반 의약품 수출이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언급하지 않았다. UPS는 논평을 거부했고 페덱스는 관련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의약품은 인도 지연에 따른 건강상 피해 우려로 인해 그간 무역 분쟁에서 예외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예정된 관세 관련 발표에서 유럽산 의약품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모든 수입품에 25%의 보편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해온 바 있다.
현재 미국은 보톡스를 생산하는 애브비,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만드는 노보 노디스크, 암 치료제 키트루다의 제조사 머크 등 유럽 및 글로벌 제약사들의 제품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지난해 대미 의약품 수출은 약 900억 유로(약 130조 원) 규모로 이 중 상당수가 활성 성분을 포함한 완제품이다.
특히 아일랜드는 대미 의약품 수출의 주요 거점으로 올해 1월 아일랜드 중앙통계청(CSO)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 수출액이 94억 유로(약 13조5000억 원)로 전달(32억 유로)의 3배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수출액(41억 유로)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제 물류기업 쿠네앤드나겔은 “최근 미국행 대형 의약품 물량이 항공편으로 몇 건 확인됐지만, 관세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의약품 수송은 일반적으로 선박보다 항공편이 빠르지만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희귀병 치료제나 백신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기 재고 확보를 위해 일반 의약품도 항공편으로 대거 수송되는 상황이다.
국제문제 전문 싱크탱크인 미국 외교문제평의회(CFR) 소속 공급망 전문가 프라샨트 야다브 연구원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의 올해 대미 의약품 수출이 증가했다”며 “의약품 유통기한이 긴 경우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은 보통 3~6개월 분량의 재고를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이같은 움직임이 최근 유럽 자동차업체 GM, 메르세데스, 프랑스 코냑 제조업체, 이탈리아산 파르미지아노 치즈·스파클링 와인 제조사들이 관세 우려로 미국 수출 물량을 서두른 사례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