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650GW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송전망 연결 대기 중
"발전설비 건설에만 집중하고 전력망은 방치... 균형 잡힌 투자 필요"
"발전설비 건설에만 집중하고 전력망은 방치... 균형 잡힌 투자 필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7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650기가와트(GW)의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가 개발 선진 단계에 있으나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풍력 및 태양열 발전 용량의 약 52%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아시아의 주요 개발도상국들은 재생 가능 발전 용량과 그리드 용량 간의 격차가 커지는 문제에 더욱 취약하다. 높은 도시화 속도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필요성, 석유·가스 수입 의존도 증가, 그리고 대부분 정부가 지배하는 그리드 시스템 구조가 이러한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IEA는 발전소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전기를 이동시키는 송전망(고압 전력선, 변전소, 변압기 등)에 대한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불충분하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심각한 자금 격차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전력망 확충을 위한 노력도 여러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 변압기의 납품 대기 시간은 4년으로 2배 증가했고 가격은 2019년 이후 75% 급등했다. 고전압 케이블의 대기 시간은 3년으로 늘어났고 가격은 2019년 이후 거의 두 배로 올랐다.
그리드 통합이 어려운 이유는 풍력 및 태양열 프로젝트가 일반적으로 토지와 햇빛 또는 강한 바람에 대한 접근성을 기준으로 외딴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장거리 전송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며, 해상 풍력의 경우 해저 케이블 설치라는 추가적인 복잡성이 발생한다. 반면 석탄이나 가스 화력 발전소는 주로 소비 센터 근처에 건설되어 기존 송전망에 비교적 쉽게 연결된다.
중국은 다양한 송전 및 배전 시스템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을 구축했지만, 급증하는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 능력의 상당 부분을 자국에서 소비하고 있다. 2024년 중국은 277GW의 새로운 태양광 용량(전년 대비 45% 증가)과 80GW의 풍력 용량(18% 증가)을 추가했다.
에너지 경제 및 금융 분석 연구소(IEEFA)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과 같은 "에너지 전환의 가장 뚜렷한 상징"에는 집중하면서 전력망은 상대적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지역 정부들은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위한 정책 인센티브는 제공하고 있지만, 전력망 확충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의 간헐성 문제 해결을 위한 배터리 저장 장치나 양수 발전 같은 균형 메커니즘과 변동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필리핀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국영기업이 송전을 통제하고 있으며, 정부가 전기 요금을 규제하는 등 발전 및 배전에서 독점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 입안자들은 국유 전력망과 민간 부문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가 자금이든 민간 투자를 통해서든, 디지털화를 포함한 전력망의 확장과 현대화는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할 위험이 있다. 또한, 정책 입안자들은 전력망 부품의 현지 제조를 촉진할 방법을 찾아야 하며, 이는 국가 차원 또는 해외 합작 투자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제회의나 정책 논의에서 재생에너지 발전과 함께 전력망 확충을 의제의 중심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 노하우 교환과 업계 관계자, 정책 입안자, 투자자 간의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전체 전력 부문 생태계에 초점을 맞춘 더 많은 논의의 장이 필요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