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동맹국 지원 축소를 내세우면서 미국 경제 성장 전망이 불투명해졌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대규모 관세 인상을 단행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WSJ 달러 지수가 지난 9주 중 7주간 하락세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 이후 상승폭을 거의 상쇄한 수준이라는 것.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달러 약세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제조업 근로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해외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 미국 주식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WSJ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공화당식 경제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에 대응해 캐나다와 중국이 즉각 보복 관세를 발표했다.
한편, 유럽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충돌한 이후 독일 정부는 국방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대규모 국방 예산 확대를 예고했고 이는 유로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외국인의 미국 국채 매입에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셋서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감세 정책을 지속하면 미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이며 이는 달러 강세를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 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달러 약세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버트 루빈 전 미 재무부 장관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대신 어디로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