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50% 하락 속 립 부탄 등장 후 15% 반등

인텔은 지난 12일 2022년 이사회에 합류했다가 작년 사임한 립부 탄이 팻 겔싱어의 후임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이번 주 인텔 주가를 15% 가까이 끌어올렸으나, 이는 시가총액이 1020억 달러로 반토막 난 상황의 일부 회복에 불과했다.
◇ "외부 CEO 영입, 시장이 원하던 변화"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칩 컨설턴트 패트릭 무어헤드는 "탄의 매력 중 가장 큰 부분은 그가 인텔의 일원이 아니었다는 점"이라며 "시장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외부인이 들어와 빠른 변화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긴 고심 끝에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 이어리 인텔 의장은 이사회가 말레이시아 태생의 중국어를 구사하는 MIT 출신 임원을 결정하기 전에 "많은 강력한 지도자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한 전직 인텔 임원은 "만약 그가 이사회의 첫 번째 선택이었다면, 그들은 겔싱어가 갑자기 사임했을 때인 12월에 그를 지명했을 것"이라며 "이사회를 떠난 후, 다른 곳에서 CEO를 찾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 립부 탄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구축 과제
새 CEO 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떠안게 됐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타이완의 TSMC에 인텔의 제조 공장 운영을 돕거나 지분 투자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인텔의 운명을 역전시킬 자체 아이디어를 추진 중이다.
인텔은 PC 칩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엔비디아와 AMD가 주도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기회를 놓쳤으며, 적자를 내는 제조업 사업(파운드리)을 매각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전임 CEO 겔싱어는 인텔을 자체 칩 제조뿐 아니라 경쟁사를 위한 칩도 만드는 회사로 변모시키겠다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고객 신뢰를 얻지 못했다.
◇ 중국 연결고리와 투자 경력
57년 인텔 역사상 대부분의 CEO들이 내부 승진이나 장기 경력자 중에서 선발된 것과 달리, 탄은 1987년 자신이 설립한 벤처 캐피털 월든 인터내셔널(Walden International)의 투자자 출신이다. 월든은 수십 개 반도체 회사에 투자했으며, 중국 국영 칩 제조업체 SMIC의 초기 투자자였다.
이 중국 연결고리는 지난해 미국 의회 위원회가 중국의 군사적 야망을 도왔다며 AI와 칩 그룹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5개 벤처 캐피털 회사 중 하나로 월든을 지목하면서 정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탄은 또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칩 설계 소프트웨어 회사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의 CEO로 재직하며 매출을 두 배 이상 증가시킨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크레도 테크놀로지 그룹의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
탄은 이번 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겸손하고, 열심히 일하며, 고객을 기쁘게 하라"는 자신의 철학을 밝히며 "여러모로 우리는 '뉴 인텔'의 창립자"라고 언급했다.
지인들은 탄을 조용하고 꾸밈없지만 단호한 성격으로 묘사한다. 버클리에 있는 탄의 장로교회 전 담임목사인 마크 라버튼은 그를 "높은 인격, 지성, 헌신, 에너지, 대담함, 비전을 가진 사람"이며 "위험에 마비되지 않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 벤처 캐피털 투자자는 "탄은 매우 똑똑하고 경험이 풍부하며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 아시아 양쪽에 잘 연결되어 있다"며 "인텔을 회생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