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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역사상 첫 외부 CEO 영입으로 부활하나?

주가 50% 하락 속 립 부탄 등장 후 15% 반등
새로운 CEO를 받아들이며 부활을 시도하는 인텔.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새로운 CEO를 받아들이며 부활을 시도하는 인텔. 사진=로이터
지난 15(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57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출신인 립부 탄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 인텔의 결정이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주가가 15% 상승했다. 이는 불과 5년 전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이었던 인텔이 PC 시장 위축과 인공지능(AI) 기회 상실로 주가가 최근 50% 이상 폭락한 상황에서 이뤄진 극적인 변화다.
인텔은 지난 122022년 이사회에 합류했다가 작년 사임한 립부 탄이 팻 겔싱어의 후임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이번 주 인텔 주가를 15% 가까이 끌어올렸으나, 이는 시가총액이 1020억 달러로 반토막 난 상황의 일부 회복에 불과했다.

"외부 CEO 영입, 시장이 원하던 변화"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칩 컨설턴트 패트릭 무어헤드는 "탄의 매력 중 가장 큰 부분은 그가 인텔의 일원이 아니었다는 점"이라며 "시장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외부인이 들어와 빠른 변화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긴 고심 끝에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 이어리 인텔 의장은 이사회가 말레이시아 태생의 중국어를 구사하는 MIT 출신 임원을 결정하기 전에 "많은 강력한 지도자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한 전직 인텔 임원은 "만약 그가 이사회의 첫 번째 선택이었다면, 그들은 겔싱어가 갑자기 사임했을 때인 12월에 그를 지명했을 것"이라며 "이사회를 떠난 후, 다른 곳에서 CEO를 찾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 립부 탄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구축 과제


CEO 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떠안게 됐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타이완의 TSMC에 인텔의 제조 공장 운영을 돕거나 지분 투자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인텔의 운명을 역전시킬 자체 아이디어를 추진 중이다.

인텔은 PC 칩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엔비디아와 AMD가 주도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기회를 놓쳤으며, 적자를 내는 제조업 사업(파운드리)을 매각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전임 CEO 겔싱어는 인텔을 자체 칩 제조뿐 아니라 경쟁사를 위한 칩도 만드는 회사로 변모시키겠다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고객 신뢰를 얻지 못했다.

◇ 중국 연결고리와 투자 경력


57년 인텔 역사상 대부분의 CEO들이 내부 승진이나 장기 경력자 중에서 선발된 것과 달리, 탄은 1987년 자신이 설립한 벤처 캐피털 월든 인터내셔널(Walden International)의 투자자 출신이다. 월든은 수십 개 반도체 회사에 투자했으며, 중국 국영 칩 제조업체 SMIC의 초기 투자자였다.

이 중국 연결고리는 지난해 미국 의회 위원회가 중국의 군사적 야망을 도왔다며 AI와 칩 그룹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5개 벤처 캐피털 회사 중 하나로 월든을 지목하면서 정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탄은 또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칩 설계 소프트웨어 회사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의 CEO로 재직하며 매출을 두 배 이상 증가시킨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크레도 테크놀로지 그룹의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인텔이 지난 81만5000명의 해고를 포함한 100억 달러의 비용 절감 노력을 발표한 이후, 탄이 추가 감원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탄은 이번 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겸손하고, 열심히 일하며, 고객을 기쁘게 하라"는 자신의 철학을 밝히며 "여러모로 우리는 '뉴 인텔'의 창립자"라고 언급했다.

지인들은 탄을 조용하고 꾸밈없지만 단호한 성격으로 묘사한다. 버클리에 있는 탄의 장로교회 전 담임목사인 마크 라버튼은 그를 "높은 인격, 지성, 헌신, 에너지, 대담함, 비전을 가진 사람"이며 "위험에 마비되지 않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 벤처 캐피털 투자자는 "탄은 매우 똑똑하고 경험이 풍부하며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 아시아 양쪽에 잘 연결되어 있다""인텔을 회생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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