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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위아 정밀 공작기계, 카자흐스탄 경유해 러시아 군수업체 불법 유입 “의혹”

제재 우회 수출 정황... XF6300 등 72억 원 규모 CNC 장비 군수산업 전용
현대위아 XF6300 머시닝 센터. 사진=현대위아.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위아 XF6300 머시닝 센터. 사진=현대위아.
러시아가 군수산업 생산기반 강화를 위한 첨단 공작기계 확보에 주력하는 가운데, 한국의 정밀 가공설비가 국제 제재를 우회해 러시아 군수업체에 유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러시아 탐사매체 '인사이더'는 21일(현지시각) 현대위아의 XF6300을 비롯한 CNC(컴퓨터수치제어) 가공센터가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러시아 군수업체들에 불법 공급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기업 BGM 프로덕션(BGM Production LLC)은 자국 내수용이라는 명목으로 현대위아 CNC 가공센터 최소 10대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총 수입 규모는 500만 달러(약 72억 원)를 상회하며, 이 장비들은 중국과의 국경 검문소인 도스틱(Dostyk)을 경유해 반입됐다.

BGM 프로덕션은 2024년 이 장비들과 관련 부품을 러시아로 재수출했으며, 러시아 기업 프롬라이저(Promraiser)에 약 400만 달러(약 57억 원) 규모의 금속가공 설비를 직접 공급했다. 프롬라이저는 2023년 6억 5000만 루블(약 105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기업이다.

러시아 산업장비 거래 플랫폼인 스탄코테카(Stankoteka)와 메탈링크(Metalink)에서는 현대위아 장비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조달 정보가 기밀 처리되기 이전 기록에 따르면, 제트엔진 제조사인 가조투르보스트로예니예 살류트(Gazoturbostroenie Salyut), 산업용 기폭장치 생산업체인 노보시비르스크 메카니컬 플랜트 이스크라(Novosibirsk Mechanical Plant Iskra), 군용 및 민간 항공기용 제동장치와 바퀴를 공급하는 카멘스크-우랄스키 주조공장(Kamensk-Uralsky Foundry Plant) 등 주요 군수업체들이 이 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이더'는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프롬라이저, BGM 프로덕션, 현대위아 측에 해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CNC 금속가공 센터는 현대 군수 생산의 핵심 설비다. 고성능 무기 제조에 필요한 정밀도는 첨단 다축 가공기계로만 달성할 수 있어, 이 장비들의 대러시아 수출은 국제 제재 대상이다. 현대위아는 자동차 정비소로 출발해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으로서 공작기계 생산과 로봇 공학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전까지 모스크바의 주요 정밀 공작기계 공급원은 독일, 스위스, 일본이었다. 제재 이후 대만과 한국 제조사들이 그 공백을 메웠으나, 양국 당국의 수출 제한 노력에도 그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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