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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 자립도 높아지나 반도체는 여전히 걸림돌

연간 2500억 달러 투자로 전기차·조선 성공...첨단 반도체 자급률은 30% 그쳐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산업 자립도를 높이고 있으나,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산업 자립도를 높이고 있으나,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각) 중국이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산업 자립도를 높이고 있으나,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는 여전히 기술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기준 연간 약 2500억 달러를 산업 정책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계획의 일환으로, 로봇공학, 항공우주, 신에너지 자동차 등 10개 핵심 부문의 육성을 목표로 한다.
투자는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CSIS에 따르면 전기차 산업 지원 규모는 2019년 150억 달러에서 2023년 45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중국승용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내 승용차 판매량의 48%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년 41%에서 증가했다. BYD와 지리(Geely) 등 중국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중국 사업 관련 50억 달러 이상의 비용 부담을 밝혔다.

조선 분야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 CSIS 선임연구원 매튜 푸나이올레는 중국이 2010년에서 2018년 사이 해운 및 조선 부문에 약 1320억 달러를 투자한 결과, 1999년 5%에 불과했던 세계 상선 생산량 점유율이 현재 50%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화학 산업에서도 중국은 2021년 이후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2020년 4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화학제품 무역수지는 2024년 340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컨설팅사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스(International Business Strategies)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24년 약 20%에서 2025년 말까지 3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7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 세관 자료에 의하면 2024년 반도체 수입액은 4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다만 화웨이(Huawei)는 2023년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메이트 60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기술력 향상을 보여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칩의 양산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화웨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시스템 사용이 제한된 이후 자체 운영체제 개발에도 성공했다.

항공우주 분야의 성과도 제한적이다. 2023년 상업 운항을 시작한 중국의 C919 여객기는 독일산 착륙장치, 미국과 프랑스산 엔진 등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 자급도 과제로 남아있다. 2024년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1억500만 톤으로 2019년 대비 21%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육류 수입은 55% 증가했다.

베이징 소재 연구기관 컨퍼런스보드의 중국센터 책임자 알프레도 몬투파르-헬루는 "중국의 자급자족 노력에는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이러한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발표한 최신 5개년 경제계획에서 "세계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으며, 과학기술 분야의 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경제정책분석국의 보고서는 중국의 자립 전략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생산 대비 수입 비율은 2015년 1.05에서 2020년 이후 0.85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중국이 자국 산업 생산량 대비 해외 수입 의존도를 약 20%포인트 낮췄다는 의미이다. 구체적으로, 2015년에는 중국이 생산하는 양보다 더 많은 제품을 수입했으나(비율 1.05), 2020년 이후에는 생산량 대비 수입량이 85% 수준으로 감소했다.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자급자족 정책을 통해 해외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추는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수치는 전기차, 조선, 화학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이룬 자립도 향상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 통계는 '중국의 산업 자립 노력이 일부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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