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멕시코 관세', 삼성·LG·현대차 등에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이 두 나라에 이미 투자했거나 투자 예정인 글로벌 기업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뉴욕 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각) 아시아, 유럽 등의 수천 개 기업들이 북미 공급망 체계 구축 과정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타격을 입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 현대차, 혼다, 볼보, 폭스바겐, 아디다스, 네슬레, 레고 등이라고 NYT가 전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팬데믹 당시에 공급망 애로를 겪음에 따라 북미 3국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당사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거나 투자 계획을 발표했었다. 혼다 자동차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110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토요타와 볼보도 캐나다에서 자동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토요타는 지난해 11월 멕시코에 있는 2개의 공장에 14억5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이들 글로벌 기업이 ‘여름날의 아이스크림’ 신세가 될 것이라고 NYT가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인 2020년 USMCA를 체결했다가 집권 2기에 이를 폐기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NYT에 따르면 멕시코에 투자한 일본 기업은 1300개가 넘고, 이중 절반 이상이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 기업은 트럼프 집권 1기 당시에 중국에 있는 공장을 멕시코로 옮겼다. 대만의 전자 제품 제조업체 폭스콘은 지난해 10월 엔비디아 칩 생산을 위해 멕시코에 메가 팩토리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에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인 요인 등으로 중국에 있는 공장을 멕시코와 캐나다 등으로 이전한 기업들이 트럼프 집권 2기에 관세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멕시코는 미국에 대한 최대 자동차 부품 수출국이다. 혼다는 멕시코에서 연간 2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해 이 중 16만 대가량을 미국에 수출한다. 미국의 빅3 자동차 제조업체인 GM과 포드도 멕시코와 캐나다에 자동차 공장이 있다.

멕시코는 또한 항공우주 장비, 전자, 가전제품 핵심 생산 기지이고, 미국에 대한 최대 의료 기기 수출국이다.

중국 기업들도 미국 시장을 겨냥해 멕시코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자 제품 생산업체 레노보, 자동차 제조업체 체리 등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를 피해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멕시코에서 공장 터를 물색하는 중이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멕시코와 캐나다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영국 제약업체 레킷(Reckitt)은 지난해 멕시코와 영궁에 있는 공장을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는 멕시코에 가장 큰 공장이 있으나 지난 2022년에 미국 버지니아주에 공장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토요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2021년부터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고, 마쓰다 자동차와 함께 앨라배마주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와 LG 전자도 멕시코 등에 있는 가전제품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NYT가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 기지를 운영한다. 현대차 그룹은 멕시코 몬테레이에 기아 공장을 두고 있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는 작년 1∼11월 K3 17만5000대, K4 6만4000대, 투싼 1만4000대 등 총 25만3000대가 생산됐다. 이 중 K3 12만8000대가 미국에서 팔렸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국이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같은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이번 관세 부과의 영향을 받게 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