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예고한대로 오는 3일(이하 현지시각)부터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 조치로 미국과 멕시코 간 30년간 긴밀하게 형성된 경제 통합 구조가 근본적으로 뒤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멕시코는 미국과 무역에서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 중 하나다. 미국 최대 항구인 텍사스주 라레도에서는 매일 1500억 달러(약 218조 원) 규모의 상품과 1만5000대 이상의 트럭이 국경을 넘나들며 두 나라 경제를 연결하고 있다.
데니스 닉슨 국제은행 회장은 NYT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멕시코 경제는 이제 분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며 "30년간 자유무역협정(FTA) 아래에서 형성된 상호의존적인 관계는 정책 변화로 인해 측정 불가능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부과를 강행하는 이유는 불법 이민과 펜타닐(강력한 마약)의 유입을 막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멕시코 정부가 국경 문제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고 강력히 비판한 바 있으며 취임 후 이를 현실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멕시코 티후아나 지사의 후안 카를로스 로드리게스 매니징 디렉터는 "미국과 멕시코는 경제적으로 공생 관계에 있으며 경제적 단절을 시도할 경우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아 1960년대부터 미국 및 일본의 노동 비용 상승에 따른 공장 이전이 본격화됐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무역량이 급증했으며, 미국의 제조업 공동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담당 수석 보좌관은 NYT와 인터뷰에서 "NAFTA는 미국과 멕시코 모두에게 재앙이었다"며 "중국이 더욱 큰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NAFTA의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간과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중요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이후 더욱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동안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 멕시코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니어쇼어링' 현상이 가속화됐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멕시코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캐나다 및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 중 18% 이상의 부가가치는 미국에서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미 경제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식량 및 에너지 분야에서 두 나라의 의존도는 높다. 미국은 멕시코에 천연가스의 70%를 공급하고 있으며, 반대로 멕시코로부터 하루 약 7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멕시코는 미국산 옥수수의 최대 수입국이며 미국 농업 수출의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멕시코를 통한 중국 제품의 우회 수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멕시코 자체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