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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255억 메노나이트 사업 중앙투심서 '제동'…시설 줄여 국비 재도전

한국전쟁 뒤 전쟁고아·미망인 지원한 신천동 역사현장 관광자원화
재원계획·시설 규모, 비용·편익비 재검토 요구…기존 경제성 약 0.9
2027년 문체부 공모 목표…국비·경제성·규제·주민 공감대 다시 검증
경산시 청사 입구. 경산시가 255억6800만원 규모 메노나이트 관광자원화 사업을 축소·재설계한다. 사진=경산시이미지 확대보기
경산시 청사 입구. 경산시가 255억6800만원 규모 메노나이트 관광자원화 사업을 축소·재설계한다. 사진=경산시
경산에서 추진된 255억6800만원 규모 메노나이트 관광자원화 사업이 원안 수정에 들어간다. 중앙투자심사에서 재원조달 계획과 시설 규모, 경제성을 다시 검토하라는 요구를 받으면서다.
26일 경산시에 따르면 관내 개발 범위와 시설을 줄이고 비용·편익비(B/C)를 재산정한 뒤 국비를 확보해 중앙투자심사를 다시 받는 방향으로 사업 순서를 바꾼다.

사업 대상은 경산 신천동에 남아 있는 메노나이트 직업학교와 주변 부지다.

메노나이트는 평화와 구호 활동을 중시해 온 기독교 공동체다.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CC)는 한국전쟁 뒤 국내에서 전후 구호사업을 벌였고, 1953년 경산 신천동에 직업학교를 세워 전쟁고아 등에게 목공·철공·인쇄·농업 기술을 가르쳤다.

미망인과 여성의 자립교육도 지원했다.
당시 교실과 교무실로 사용된 일부 건물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1964년 촬영된 경산 신천동 메노나이트 실업학교 전경. 한국전쟁 뒤 전쟁고아와 미망인 등의 자립을 위한 직업교육이 이뤄졌으며 당시 교실과 교무실 건물 일부가 지금도 남아 있다. 사진=메노나이트 아카이브이미지 확대보기
1964년 촬영된 경산 신천동 메노나이트 실업학교 전경. 한국전쟁 뒤 전쟁고아와 미망인 등의 자립을 위한 직업교육이 이뤄졌으며 당시 교실과 교무실 건물 일부가 지금도 남아 있다. 사진=메노나이트 아카이브


경산시는 이 역사 현장을 복원·보존하고 전시와 교육, 관광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계획은 사업 초기보다 커졌다.
시의회에 보고된 전체 구상은 신천동 일원 약 1만3118평에 총사업비 255억6800만원을 투입하는 규모다.
토지 매입에 약 100억원, 시설 조성에 약 140억원이 들어가는 계획이었다.

기본계획 과업지시서에는 기존 시설 복원·보존과 함께 전시공간과 방문 동선, 운영방안, ‘랜드마크형 문화시설’ 조성까지 담겼다.

255억 계획, 중앙투심에서 멈췄다

사업은 국비 확보와 투자심사 단계에서 잇따라 난항을 겪었다.

국비 공모에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투자심사도 반려됐다.
경산시가 시의회에서 밝힌 반려 사유는 재원조달 계획 미비와 시설 규모 전반 재검토, B/C 재산정이다.
기존 용역에서 나온 B/C는 약 0.9였다.

예산 편성과 행정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앞서 불거졌다.

경산시는 2025년 추가경정예산에 21억원을 편성했다. 부지매입비 20억원과 용역비 1억원이었다.
용역비 일부를 집행한 뒤 남은 20억3300만원을 다음 해로 넘기려 했지만 명시이월 과정에서 시의회 제동이 걸렸다.
경북도 종합감사에서도 투자심사를 받기 전에 사업을 추진한 행정절차가 지적됐다.

지난 7일 양재영 경산시의원이 제273회 경산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메노나이트 관광자원화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경산시의회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7일 양재영 경산시의원이 제273회 경산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메노나이트 관광자원화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경산시의회


양재영 경산시의원은 지난 7일 제273회 경산시의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경산 메노나이트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과 재정 운영’을 주제로 시정질문에 나섰다.

양 의원은 국비 확보와 경제성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비가 먼저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중앙투자심사 반려와 국비 공모 탈락, 예산 집행 과정까지 문제 삼으며 사업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지난 21일 조현일 경산시장이 제273회 경산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메노나이트 관광자원화 사업을 축소·재설계하고 국비 확보 뒤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경산시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1일 조현일 경산시장이 제273회 경산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메노나이트 관광자원화 사업을 축소·재설계하고 국비 확보 뒤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경산시


조현일 경산시장은 21일 같은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시정답변에서 사업 중단보다 축소·재설계를 택했다.

메노나이트 유적의 보존 가치는 살리되 실제 이용 수요와 입지 여건을 다시 따져 시설 규모와 사업비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산시는 비용·편익도 다시 산정할 계획이다.
전액 시비 투입은 피하고 국비 확보를 전제로 재원계획을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이후 이어진 메노나이트의 구호·직업교육 역사는 보존하되 개발 범위는 현실에 맞게 줄이겠다는 것이다.

시설·부지 줄이고 국비부터 확보


재설계에서는 개발 가능한 부지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기본계획 용역 결과 사업부지 일부에는 농업보호구역과 준보전산지, 생태자연도 2등급지, 비행안전구역 등 개발에 영향을 주는 조건이 겹쳐 있다.

양 의원은 시정질문에서 농업보호구역만 전체 계획부지의 29.6%인 1만2999㎡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경산시는 보존에 필요한 공간과 실제 개발구역을 나눠 보상·개발 면적을 필수 구역 중심으로 줄일 방침이다.
자연녹지지역 1만㎡ 이상 개발에 필요한 경북도 도시계획심의와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 후속 절차도 새 계획에 반영한다.

사업 추진 순서도 달라진다.

시는 오는 11월 전문 컨설팅을 거쳐 이용 수요와 시설 규모를 다시 산정하고 B/C를 재계산할 계획이다.
2027년 2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에 응모해 국비 확보에 다시 도전한다.
국비 재원계획이 마련되면 수정된 사업안으로 중앙투자심사를 다시 신청한다.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은 지역의 역사·문화 등 특화자원을 활용한 관광사업에 국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선정된 중규모 사업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120억원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남길 역사는 분명…얼마나 짓고 쓸지는 다시 검증


경산 메노나이트 사업은 이제 255억6800만원 원안을 그대로 추진하는 단계에서 벗어났다.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국비 확보, 수요·경제성 재검증, 법적 규제 해소, 주민 공감대 형성으로 압축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토지와 시설 규모, 시비 부담액도 다시 정해진다.

1950년대 신천동에서 이뤄진 구호와 직업교육의 흔적을 어떤 형태로 남길지도 구체화해야 한다.
기존 건물을 보존하는 범위와 새 시설을 짓는 규모에 따라 사업비와 경제성은 달라진다.

경산시가 선택한 방향은 사업 중단보다 축소·재설계다.

중앙투자심사가 요구한 재원계획과 시설 규모, B/C를 다시 맞추고 2027년 국비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255억원에서 출발한 사업의 다음 규모를 결정한다.


심현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mhb74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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