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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민은 경남 3위로 버는데, 진주시 곳간은 왜 비었나

"월소득 318만 원? 체감 안 된다"…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이 던진 첫 반응
KCB 추정소득은 경남 3위, 재정자립도는 19.67%의 역설
예상보다 700억 원 덜 들어온 지방교부세와 대규모 투자, 진주 재정의 현실
9월 3일 진주 차없는 거리 곳곳에 상가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사진=진주시 대안동 차없는 거리이미지 확대보기
9월 3일 진주 차없는 거리 곳곳에 상가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사진=진주시 대안동 차없는 거리

“318만원.”

진주시가 발표한 이 숫자는 취재의 출발점이 됐다.

정말 진주시민이 경남에서 세 번째로 돈을 많이 버는 도시일까. 원자료를 확인하고 시민들을 만나보니 숫자는 맞았지만 체감은 달랐다. 그리고 그 숫자를 따라가자 진주시 곳간의 현실도 함께 드러났다.

■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


차 없는 거리와 시내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대학 졸업 후 진주 중소기업에서 6년째 근무 중이라는 30대 직장인 A씨는 "연봉이 3000만원 정도인데 주변도 대부분 비슷한 형편"이라며 "대기업에 다닌다면 모를까, 진주에는 그런 일자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차 없는 거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는 "한집 건너 한집이 임대나 매매가 붙어 있다"며 "장사를 접고 싶어도 이마저 안 하면 먹고살 길이 없어 버티는 사람이 많다"고 토로했다.

진주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 C씨도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진주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공무원이 아니면 타지로 취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달랐지만, 모두 같은 숫자 앞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318만 원.' 모두가 의아해했던 숫자의 출처를 확인하는 순간, 진주시 재정의 역설도 함께 드러났다.

■ '경남 3위'는 맞았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한 월급 통계는 아니었다


원자료를 확인한 결과 진주시의 발표 자체는 사실이었다.
진주시는 경상남도 빅데이터 허브 플랫폼에 등재된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추정소득 자료를 근거로 시민 1인당 월평균 소득이 경남 3위라고 발표했다.

KCB 추정소득 자료에 따르면 진주시민의 1인당 월평균 소득은 약 318만 원으로 거제와 창원에 이어 경남 세 번째다. 다만 이 수치는 국세청이나 통계청의 실제 소득 신고 자료가 아니라 KCB가 금융거래와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산출한 추정소득이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일부 현금 소득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시민들이 체감하는 '평균 월급'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결국 '318만 원'은 틀린 숫자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계산된 숫자였다.

하지만 더 큰 의문은 여기서 시작됐다.

시민들의 소득이 늘었다면 왜 진주시 재정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을까.

■ 예산 100원 중 자체 수입은 20원


2024년 결산 재정지표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진주시 재정자립도는 19.67%다. 예산 100원 가운데 약 20원만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에 의존하는 구조다.

재정자주도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재원의 상당 부분이 지방교부세인 만큼 정부 재정 여건의 영향을 받는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통합재정수지다. 통합재정수지비율은 한 해 동안 실제로 들어온 돈과 쓴 돈의 균형을 보여주는 지표다. 진주시는 2024년 -15.10%를 기록해 수입보다 지출 증가 폭이 더 컸음을 보여준다. 대규모 투자사업을 추진하는 해에는 일시적으로 적자가 나타날 수 있어 통합재정수지 적자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다만 적자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재정 운용의 지속 가능성은 중요한 점검 대상이 된다.

318만 원은 시민의 숫자였고, -15.10%는 도시의 숫자였다. 진주의 역설은 그 사이에서 시작됐다.

시민들의 지갑은 두꺼워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도시의 재정은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 예상보다 700억 원 덜 들어온 지방교부세, 곳간을 흔들다


진주시 재정을 압박한 것은 지출만이 아니었다.

진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기획예산과는 2023년에는 지방교부세를 당초 예상보다 500억 원 이상 적게 받았고, 2024년에도 약 200억 원 가까이 덜 교부됐다고 설명했다. 2년간 당초 예상보다 약 700억 원 규모의 재원 감소가 발생한 셈이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와 연동된다. 국세가 줄면 지방정부 재원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반면 우주항공 산업 기반 조성, 혁신도시 정착, 문화관광 사업, 생활 SOC 확충, 복지 확대, 동부시립도서관 건립 등 대형 사업은 동시에 추진됐다.

세입은 예상보다 줄고 투자는 늘었다. 진주시 곳간이 빠듯해진 배경이다.

■ 시민들이 말한 답은 결국 '일자리'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는 서로 달랐지만 공통된 키워드는 하나였다.

양질의 일자리.

중소기업 직장인은 더 나은 일자리를 이야기했고, 자영업자는 버티는 현실을 토로했으며, 대학생은 진주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 진주의 다음 승부는 숫자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2차 공공기관 이전과 대기업·중견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지역 안으로 끌어오는 것이 핵심이다.

우주항공 국가산업과 혁신도시라는 기반 위에 기업이 본사를 두고 연구소를 세우며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가 될 때 시민들의 소득은 지역 소비와 지방세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대학생의 말, "진주에는 일자리가 없다." 장사를 접고 싶다는 자영업자의 한숨, 대기업이 없다는 직장인의 현실 인식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318만 원'은 숫자였다. 하지만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통계가 아니라 체감이다. 경남 3위라는 숫자가 지역에 남는 일자리와 기업 투자, 지방세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주시 곳간도 함께 채워질 수 있다.


이상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ngec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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