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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화백의 'Everything in love' 展, 삶으로 이어진 태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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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서양화가의 'Everything in Love'展(2025)
이우 김영자 화백은 ‘뇸뇸이’를 데리고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산책하기를 즐긴다. 사슴의 눈을 닮은 화가는 이웃과 친해지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녀는 견습 수녀가 겪을 법한 산골의 시리고 쓰린 해 질 녘 풍경을 희망으로 삼고 살아왔다. 늦가을에 홀로 우는 바람 소리와 여름날 양철 지붕 위의 빗방울 소리를 간직한다.

을사년 15일(수)부터 31일(금)까지 쌈지안 갤러리에서 서양화가 김영자 화백의 개인전 'Everything in love' 展이 열리고 있다. '마음속 깊이 내재한 지침 ‘태초에 사랑이 있었으니 따를지어이다. 지고한 사랑은 모든 것을 덮을 힘을 주나니 따르고 실천할지어다.’는 한국에서 성탄절과 세모의 타종을 남미의 뜨거운 열기로 덮은 듯했다.

양력 신년과 구정을 기념하는 'Everything in love' 展(2025)은 육 년의 나이테를 단다. 이 주제로 당림미술관, 갤러리 다온에서 이미 개인전을 했었다. 이번에는 2024년도에 작업한 작품들로만 ‘삶의 이야기’에 관한 차림을 꾸렸다. Blue의 면이 우리 삶의 터전을 상징하며, 살아가면서 반복되는 희로애락이 사랑의 흔적으로 작품 속에 녹아 있다.
삶의 흔적은 검정 단색선(單色線)과 푸른 자개 조각으로 구성된다. 삶은 둘의 만남으로 완성된다는 생각으로 달팽이를 삶의 주체로 등장시켜 주인공으로 삼는다. 이 작품은 청색 면과 힘차게 흐르는 검정선, 그 속에서 화려한 자개의 빛이 화면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사람들의 하루는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또 다른 삶의 흔적을 남기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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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서양화가의 'Everything in Love'展(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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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서양화가의 'Everything in Love'展(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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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서양화가의 'Everything in Love'展(2025)

이우 김영자 화백은 ‘태초의 우주 만물은 사랑에서 시작함’에 걸친 50호 1점, 30호 2점, 20호 5점, 10호 2점, 6호 1점, 4호 4점에 걸친 총 15점의 유화를 선보인다. 삶의 흐름을 은유한 먹으로 손작업을 거친 먹선 위에 느리지만 성실하게 삶을 영위하는 우주의 미물인 달팽이를 들어 앉힌다. 달팽이는 인간 삶의 흔적인 끈적끈적한 액체를 토한다.

달팽이는 말미잘처럼 자웅동체(雌雄同體, Hermaphrodite)이다. 살아가면서 만나야 이루어진다. 의미를 간직하며 작업한 그림 위에 자개를 부착한다. 이때가 김영자 화백의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서 양나라 화가 장승유(張僧繇)의 용(龍)은 김영자의 달팽이(와우, 蝸牛)에 해당한다. 옷을 입을 때 마지막 단추를 채우는 의식과 닮아있다.

우리네 삶이란 느릿하게 길게 천천히 다가온다. 날씨와 상황에 따라 삶의 이치를 헤아리며 끈기있게 버티면서 적응해야 한다. 고열에서 구워진 칠보의 등껍질이 물감에 녹으면서 그림에 달라붙는다. 기암괴석 같은 형상이 투영된 작품은 힘들고 어려울 때 작가를 응원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작가는 희망의 색깔로 Blue에서 Black을 아우른다.

김영자 화백의 그림 구성에는 계곡, 거친 파도, 기암괴석이 들어차 있다. 과거의 거침에서 다듬어진 현재는 달팽이의 걸음처럼 부드럽고 조용하다. 표현된 골짜기 뒤에는 많은 사연이 숨어 있다. 김 화백이 선호하는 주조 색은 파랑, 분홍, 보라 등 다양하다. 'Everything in love' 展에서는 Blue와 Gold가 눈에 바로 들어왔다.

색상의 여러 가지 의미의 구상에 있어서 김영자 화백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색의 부정적 의미를 배격하고 자신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녀에게 Blue는 어떤 색과도 다 어울리는 수용의 색이며 에너지를 주는 색으로 쓰인다. 그녀에게 Pink는 꽃의 만개와 같은 희망의 의미, 보라색은 보통들 사람처럼 신비롭고 매혹적인 색깔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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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서양화가의 'Everything in Love'展(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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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서양화가의 'Everything in Love'展(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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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서양화가의 'Everything in Love'展(2025)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했다. 김영자 화백은 틈틈이 그림 동화책 작업을 하면서 옻칠과 공예에 관심을 둔다. 그녀의 동화에서 주인공은 경전을 지키는 순정파 달팽이이다. 해결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세상의 사악함에 맞서는 십자군은 등장하지 않는다. 어느 날 달팽이가 세상의 불량배들과 전략으로 이겨 통쾌함을 주면 어떨까?

'Everything in love'(2025) 展은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어떤 쓰임으로 존재해야 하는 가를 사유하게 한다.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뜨거운 열기와 추운 날씨를 이겨내며 살아온 달팽이에게 따스한 시선으로 조용한 깨우침을 주며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은 소리 없는 함성을 부른다. 깊이 알아갈수록 세상은 신비하다. 보통 달팽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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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 김영자(서양화가)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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