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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에 관계 없이 만족함의 여유 가질 수 있어야 참된 사람

[힐링마음산책(292)]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4-08-13 15:02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이 화려한 불꽃 놀이로 마무리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이 화려한 불꽃 놀이로 마무리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년 제33회 파리 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4년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합계 32개로 종합순위 8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총 메달 개수로는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딴 33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땄다.

금메달을 따고 시상대 중앙 제일 높은 곳에서 자신이 이룬 성과로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國歌)가 연주되는 것을 지켜보는 선수들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느낌이 들까? 아마도 환희와 함께 그 자리에 서기까지 고된 훈련과 부상 등으로 고통과 좌절의 지난(至難)했던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인고(忍苦)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알고 싶은 것은 비단 심리학자의 호기심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올림픽 출전과 메달 획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행사인 만큼 올림픽을 주제로 한 영화도 여러 편이 있다. 그중에서 제일 호평은 받은 작품은 1981년 개봉된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일 것이다. 아카데미 작품상, 음악상, 각본상, 의상상을 수상하고 감독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을 보아도 이 영화가 우수한 영화라는 것을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영국과 미국이 합작한 이 영화는 1924 파리 올림픽 육상 400m 금메달리스트 에릭 리들(Eric Riddell)과 100m 금메달리스트 해럴드 에이브러햄(Harold Abraham)을 그린 실화 영화다.
유대인이자 고리대금업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렸을 때부터 무시당하고 심한 편견에 시달린 해럴드는 출세하여 자신을 무시한 사회에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었다. 가족의 지원과 본인의 노력으로 1919년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의 마음속 깊이 숨겨진 또 다른 목적은 영국을 대표하는 육상선수로 파리 올림픽에서 우승하여 유대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는 것이었다.

같은 시기, 스코틀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서 에든버러 대학교의 학생 에릭 리들이 바람을 가르며 트랙을 달린다.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빠른 사람으로 불리며, 프랑스와의 경기를 비롯해 각종 경기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시아에서 선교사로 일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 선교활동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빠르게 달리는 재능을 타고난 그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재능을 준 신에게 감사하고, 빠르게 달릴 때 신이 기뻐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달리는 것은 재능을 준 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영화에 따르면, 이들을 열정적으로 달리게 하는 힘은 마음(from within)에서 나온다. 사람의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내적 요인들을 연구하는 분야가 동기론(動機論)이다. 동기론에 따르면 동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외부의 보상을 받거나 또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행동하는 ‘외재적(外在的)’ 동기와 마음속의 즐거움이나 보람, 의미 때문에 행동하는 ‘내재적(內在的)’ 동기다. 비록 같은 행동일지라도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과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은 바라던 보상(報償)을 얻지 못하거나 피하고 싶은 처벌을 면하지 못하면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반면에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은 행동 자체가 보상적이기 때문에 외부의 보상이나 처벌의 존재 유무에 관계없이 지속적인 특징이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에릭과 해럴드가 달리는 동기는 서로 다르다. 해럴드 에이브러햄은 유대인이자 고리대금업자인 아버지와 자신을 멸시한 다른 다른 사람들에게 유대인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동시에 출세하여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결국 해럴드는 외재적 동기에 의해 달리기를 한다. 그는 에릭과의 100m 경기에서 패하자 크게 절망한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의 관계도 끊는다. 급기야 순수하게 운동경기를 애호하는 아마추어리즘(amateurism) 원칙을 고수하려는 학교 당국자가 “개인적인 영광(glory)”을 얻기 위해 운동한다고 힐난하자 자신은 “가족과 모교 그리고 영국”을 위해 운동하는 것이라며 가족이 제일 우선이란 것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분노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반대하는 개인 트레이너까지 고용하는 편법을 사용한다. 그에게는 승리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해럴드에게는 올림픽 금메달을 방해하는 모든 것은 제거해야 하는 장애물에 불과하다.

400m 금메달리스트인 에릭 리들은 선교사의 자녀로 중국에서 태어났고, 부모를 따라 신앙심이 깊은 선교사로 성장했다. 그는 중국에서의 선교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육상을 포기하라고 간곡하게 호소하는 여동생에게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선교사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면서 신은 자신에게 빨리 뛸 수 있는 재능을 주었고, 자신이 빨리 달릴 때 신이 기뻐하는 것을 느낀다고 알려주었다. 그에게는 빨리 달리는 것이 재능을 준 신을 기쁘게 하는 수단이 된다. 그에게 올림픽 참가와 메달 획득은 신의 은혜를 갚는 수단일 뿐이다. 그는 내재적 동기에 의해 달리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주종목인 100m 예선전이 일요일에 열린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예선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해 많은 담당자들을 경악하게 한다. 안식일인 일요일에는 경기를 하면 안 된다는 자신의 신앙적 신념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 육상협회 관계자들과 심지어 앞으로 국왕이 될 왕세자의 권유도 그의 신념을 꺾을 수 없었다. 그에게 올림픽 메달은 신의 은혜를 갚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종교적 신념을 포기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온갖 비난에도 굴하지 않은 그에게 이미 400m 허들에서 은메달을 딴 동료 선수의 배려로 주종목이 아닌 400m에 출전하게 되었다. 그는 100m나 400m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더군다나 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한 것은 더욱 아니었다. 다만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달릴 수 있는 기회를 갖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그는 주위의 예상과 달리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침 이 영화의 실제 무대가 되었던 1924년 파리 올림픽이 열린 지 100년이 지난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도 저마다의 사연을 마음속에 지닌 많은 선수들이 메달 획득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했다. 그들 중 불과 소수(少數)만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이 '올림픽 선서'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이를 위해 분투하는 것이고,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승리가 아니라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다. 우리에게 본질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라고 주장했지만 요즈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참석하는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여전히 인생살이의 참뜻을 알려주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각자의 참가 이유가 있고, 이루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는 ‘인생살이’라는 올림픽 달리기 종목에 필연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 경기의 참가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없고, 또한 포기할 수도 없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하루하루 분투할 수밖에 없는 경기다. 참가하는 우리 모두도 삶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목적이 있다. 비록 모두가 원하는 메달을 목에 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경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해럴드의 비통한 고백처럼 “평생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걸 좇아 살아왔지. 이젠 두려워. 대체 무엇을 위해서였지?”라고 물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더 늦기 전에!

만약 대학에 진학하려는 목적이 명문 대학과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전공 학과에 합격하는 외재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면 그는 불합격했을 경우 좌절하고 실망하며 더 이상 공부하지 않을 것이다. 또는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목적을 이루려고 할 것이다. 해럴드는 장애물 경기에 출전했다가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메달권에 들지 못해 실망하는 동료 선수에게 “처음 만난 날부터 내가 나이도 많고 책임감도 있으니까 너보다 우월하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용감하고 인정도 많고 친절하고 만족하는 남자야. 비결은 바로 그거였어. 만족함에서 오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 그가 “가장 완벽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면서 “평생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걸 좇아 살아왔지. 이젠 두려워. 대체 무엇을 위해서였지? 패배의 두려움을 맛본 후로 이제는 승리한다는 것이 두려워졌어”라고 100m 결승을 한 시간 앞두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 고백의 순간이 해럴드가 외재적 동기를 버리고 결과에 관계없이 만족함에서 오는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대오각성(大悟覺醒)의 순간, 즉 내재적 동기로 변하는 순간이다. 내재적 동기를 가지고 ‘인생 달리기’를 하면 우리는 결과를 초월해 만족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

※ 영화의 끝 자막에 따르면, 해럴드 에이브러햄은 영국 체육회의 원로 실력자로 활동하다가 1978년 1월에 사망했다. 에릭 리들은 2차대전 말기 일본에 점령된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1945년 2월 세상을 떠났다. 모든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애도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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