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사랑과 감동을 주는 음악이야기(3)]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24-06-17 14:33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이미지 확대보기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
부모님 보살핌 아래 어린 시절과 청춘을 보내고 어른이 되어 보니, 세월이 흐르면서 쌓이는 정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영어에서 사랑은 'love'라고 하지만, 우리말 '정(情)'이라는 단어를 영어에서 한 단어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의리도 마찬가지다.
둘 다 사랑에 세월이 더해져 생기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의 실용주의 관점으로 보면 일면 이해가 된다. 영어의 어순에서 알 수 있듯이 행동하는 동사가 먼저 나온다. 직접적이고 실행부터 하는 것을 가치로 삼는 것이다.

그들은 부모가 되어서도 자식이 10대 후반의 성인이 되자마자 자립을 권장한다. 아마 자식과도 이별을 먼저 염두에 두고 키우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결혼하고도 시부모를 모시는 등의 풍습은 없다.

자식들도 당연히 부모들은 자신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보살펴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효(孝)'라는 말도 별도의 단어가 없는 것 같다. 쉽게 말해서 우리보다 정이 없는 것이다.
얼마 전 부인을 사별한 공무원 친구가 자식들 때문에 재혼하고 싶다고 했다. 안정된 직업에 자식들도 다 커서 재혼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 줬는데 뜻밖의 말을 들었다. 이혼남보다 사별남은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를 들어보니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이혼남들은 소송 등의 분쟁으로 서로가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별남들은 아내를 '정' 때문에 가슴에 묻고 잊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 출발이 어렵다고 여기는 것이다. 사별한 남녀 모두 상대방을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며칠 후 모 기업 회장님의 사모님 추도식에 참석한다. 그분은 아내분을 고생만 시키고 호강시킬 수 있을 때 떠나보냈다며 매년 추도식을 성대하게 열어 애통함을 달랜다
칼럼 자문역인 김흥도 감독은 사랑보다는 '정'에 관한 노래를 추천한다. 우리 삶에서 오래된 기억일수록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채색되듯, 당시에는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기 마련이다.

오늘의 일들도 미래에는 아름다운 추억이나 어느 정도는 미화된 기억이 될 것이다. 상대에게 잘못했던 기억들은 아픔이 아니라 애잔함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넋두리가 생겨난 것 같다.

아프든 아름답든, 사랑 역시 깊어지면 미운 정, 고운 정이라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 아닐까.

칼럼 자문역인 김흥도 감독은 정에 대한 노래로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를 추천한다. 그의 영화에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만큼 사랑의 종류는 사람 수만큼 다양하지만, 그는 아픈 사랑보다는 감동을 주는 사랑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 가치를 전파하고자 한다. 그것이 그가 자문을 의뢰한 이유다.

김 감독은 결국 사랑이야말로 인간을 치유하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라고 믿는다. 부모형제 간의 사랑뿐 아니라 남녀 간의 사랑도 너무나 다양하지만, 정으로 표현되는 사랑의 형태는 '오래된 노래'라는 곡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인간 사회의 통념과 차이 나는 사랑 이야기는 종종 뉴스거리가 되고,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사랑을 하지?"라는 의문을 갖게 하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그런 사랑이 찾아올 수 있다. 하늘에서 번개가 치듯, 일상의 기억들이 특별하게 착상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지내는 지인 관계에서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

이번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례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타고난 미모와 실력으로 승무원이 되었고,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려는 여인과 그녀로 인해 사랑의 상처를 받은 남자, 그리고 순수한 여학생의 사랑 이야기다.

가장의 역할을 하는 승무원 3년 차인 그녀는 집안의 자랑이자 기둥이다. 어려서부터 지방에서 치어리더 활동을 하는 등 미모로도 유명했다. 승무원이 되어서도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인사고과를 잘 받으려고 인사권자인 남자 선배와 연인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더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만나려고 노력하던 중 남자 주인공을 만났고, 그의 순수함에 이끌리게 된다.

그러나 남자는 한국에서 치료가 어려운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떠난다. 사실 그는 그녀의 모호한 태도에 지쳐있었고, 어머니가 암 선고를 받고도 자신 때문에 숨기는 것을 알게 되자 유학을 핑계로 모든 것을 버리고 일본행을 택한 것이다.

그는 어머니를 놓을 수 없었고, 그녀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를 놓아준다.

도쿄의 일본어 학원에서 만난 여학생은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슬픔과 상처로 가득 찬 그의 마음에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준다.

결국 승무원의 이기적인 사랑은 시간만 오래 끌었을 뿐, 정이라는 감정으로 묵혀지지 못했다.

일본에서 만난 여학생에게 그는 순식간에 정이 들어버렸다. 어머니의 임박한 죽음과 여자친구와의 이별로 슬픔과 상처에 잠겨있던 그에게, 여학생의 호기심 어린 관심과 보살핌은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당시에는 사랑 비슷한 감정조차 사치로 느껴졌을 그였지만, 훗날 그때 주고받은 정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슴 울리는 정을 떠올리게 하는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오래전에 함께 듣던 노래가
거리에서 내게 우연히 들려온 것처럼
살아가다 한번쯤 우연히 만날 것 같아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

운명처럼 아니면 우연처럼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만날 수 있다면
너에게 나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
널 다시는 놓치지 않을게"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요즘 우리도 뜬다~!!! 캠핑, 화물차 다재다능 '밴'들이 가라사대
아메리칸 머슬카 '포드 머스탱', 상남자들 저격
GT의 느낌이 물씬,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
원조 전기차 맛집 테슬라 모델 3, 페이스리프트 정말 살만한가?
비 오는 날 즐기는 오픈카의 낭만,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포르쉐 못지 않은 스펙, 또 다른 드림카 마세라티 그레칼레
전기차 고민이라면? 그냥 아이오닉 5 사~! 2024년형 아이오닉 5
혼다 신형 CR-V와 파일럿, 캠핑에 어울리는 차는?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