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이견 좁히지 못해…결국 빈손 종료
무산 소식에 페퍼저축은행도 인수 중단
업계 잠재매물만 16개사…당분간 M&A 둔화 전망
무산 소식에 페퍼저축은행도 인수 중단
업계 잠재매물만 16개사…당분간 M&A 둔화 전망

31일 저축은행 업계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과 OK금융그룹 간 협상이 결렬하면서 업계 구조조정 동력에도 제동이 걸렸다. 두 회사는 자산 2조 3000억 원 규모의 상상인을 약 1,080억~1,100억 원 수준에 인수하는 방안을 두고 막바지 조율을 벌였지만, 세부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나왔으나 결국 빈손으로 협상은 종료됐다.
OK금융 입장에서는 상상인 인수를 통해 수도권 영업 기반 확대는 물론, 업계 1위 굳히기를 노릴 수 있는 기회였다. 실제로 내부적으로도 이번 인수를 저축은행 업계 전반의 안정화 계기로 삼으려는 구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상인저축은행은 2023년 대주주 유준원 대표의 적격성 문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분 매각 명령을 받은 이후 경영개선 권고 및 적기시정조치까지 받으며 조속한 매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듯 보였지만, 최종 타결은 불발됐다.
일각에서는 상상인 측이 협상 내내 시간만 끌면서 협상력을 높이고, 동시에 PE 등 다른 후보들과도 물밑 접촉을 병행해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상상인 측은 인수 협상과 병행해 매각 명령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을 벌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OK금융이 상상인과 함께 추진하던 페퍼저축은행 인수 역시 이번 협상 결렬 여파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은 상상인과 페퍼를 함께 인수한 뒤 합병해 별도 법인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모든 일정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저축은행 업계 재편 기대감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현재 16개사 정도가 잠재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라온저축은행이 KBI국인산업에 인수되며 구조조정 신호탄을 쏜 데 이어 상상인까지 매각이 완료될 경우, 업계 전반에 합종연횡 바람이 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번 무산으로 당분간 대형 인수합병(M&A) 움직임은 둔화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저축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금융사는 사실상 없으며, 부실 저축은행 처리에 대한 당국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상상인 매각과 관련해 대안으로는 지방 금융그룹(BNK·DGB 등)에 권역별 중소형 저축은행을 묶어 넘기는 방식이 거론된다. 정상 자산 위주로 인수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유인책을 제공한다면 실현 가능성도 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