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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칼 빼든 트럼프, 대만·캐나다 등 겨냥…“무역 전쟁 재점화”

트럼프, 캐나다 등 동맹국까지 정조준…'공정무역' 명분 내세운 고율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오른쪽)와 만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오른쪽)와 만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관세 부과를 단행하며 글로벌 무역 전쟁을 재점화했다.
1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과 유럽연합(EU) 등과 최근 체결한 무역협정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대만, 캐나다, 인도, 스위스 등 수십 개 주요 교역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해 세계 경제를 새로운 보호무역 시대에 진입시켰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로 세계 최대 반도체 수출국인 대만은 20%의 관세 부담을 지게 됐고, 미국의 우방국인 캐나다에는 35%의 높은 관세가 부과됐다. 인도와 스위스도 각각 25%, 39%의 고율 관세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행정명령을 통해 이 같은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미국의 무역적자가 "국가 안보와 경제에 있어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관세가 미국 재정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대규모 감세 재원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도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4월2일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발표한 전면적 관세 정책보다는 다소 완화된 내용이지만, 여전히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실효 관세율을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FT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우리는 이제 ‘효율성 최우선’에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이라는 원칙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이는 새로운 무역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와 함께 미국 고용 시장 둔화 소식이 더해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고용 지표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6%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24% 급락했다. 유럽에서는 스톡스유럽600 지수가 1.6% 하락하는 등 세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을 기한으로 다수 국가에 무역 협정을 체결하거나 고율 관세를 감수하라고 압박하면서, 미국과의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한 각국의 긴박한 외교전도 전개됐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일부 국가는 기한 내에 협상 타결에 성공했지만, 해당 국가 내부에서는 협상의 세부 내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러한 무역 합의를 공식화하며 관련 관세율을 명시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합의 마감 시한은 별도로 8월 12일로 설정됐다.
또한 이번에 부과되는 기타 국가 대상 관세는 8월 7일부터 발효되며, 발효일에 앞서 미국 세관이 행정적으로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뒀다.

FT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새로운 무역 협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이는 아직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국가들에게 관세 철회의 여지를 암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실망했으며, 일부 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총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압박’에 맞서겠다고 공약했던 카니 총리는 워싱턴에서 막판 로비를 펼쳤지만, 미국 측을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는 그렇지만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35% 관세는 별도의 행정명령을 통해 이날부터 발효됐다. 단, 2020년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부합하는 상품은 이번 고율 관세에서 면제된다.

한편,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미국이 자국 수입품에 부과한 20%의 관세에 대해 ‘일시적인 조치’라고 평가하며, 추가 협상을 통해 관세가 완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FT는 “이번 관세율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무역 파트너들에게 보낸 서한에 담긴 내용과 대체로 일치하는 수준으로 이뤄졌다”면서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 및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균형 무역'을 기조로 한 새로운 무역 질서 구축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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