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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대건설, 미국 텍사스 AI 전용 원전 단지 건설 참여

세계 최대 '원자력-AI' 융합 단지…데이터센터에 11GW 전력 직공급
초기 설계부터 EPC까지 주도적 역할…미국 원전 시장 공략 발판 마련
현대건설이 건설에 참여하는 미국 텍사스 AI 데이터센터 전용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될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 사진=웨스팅하우스 뉴클리어이미지 확대보기
현대건설이 건설에 참여하는 미국 텍사스 AI 데이터센터 전용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될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 사진=웨스팅하우스 뉴클리어
현대건설이 미국 텍사스에 짓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전용 원자력 발전소' 사업에 참여해 차세대 에너지 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핵심 발판을 마련했다.
1일(현지시각)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미국 에너지 기업 페르미 아메리카와 '하이퍼그리드(HyperGrid) 캠퍼스'의 원자력 발전 부문 설계 및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기획과 기본설계(FEED)부터 앞으로 있을 설계·조달·시공(EPC) 계약까지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업 초기부터 현대건설이 핵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 사업은 텍사스주 애머릴로 인근 약 5769에이커(약 2333헥타르) 터에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할 초대형 민간 전력 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미국 최대 민간 원자력 발전 단지와 최대 규모의 복합화력 가스 시설, 태양광, 배터리 저장장치까지 결합한 세계 최초의 통합 에너지 단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완공 시 최대 11기가와트(GW)의 전력 용량과 1800만 평방피트의 데이터센터 공간을 갖추게 되는데, 800만 가구가 넘는 집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막대한 규모다.

전체 사업은 텍사스 공과대학교 시스템과 협력 관계로 추진하며, 생산한 전력을 공공 전력망으로 보내지 않고 단지 안 AI 데이터센터에서 모두 소비하는 'BTM(계량후단)' 방식이다. 땅 다지기 조사는 이미 시작했으며, 첫 단계로 2026년 말까지 1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AP1000 원전 4기에 가스·태양광까지…'혼합형 에너지'로 AI 심장 겨냥


사업의 심장인 원자력 발전소는 웨스팅하우스의 최신 가압경수로 기종인 AP1000 4기를 짓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총 4GW 용량에 이르는 이 원전들은 신속한 규제 심사를 통과해, 지난 6월 17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통합운영인허가(COL) 신청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수리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원자로 핵심 계통 건설은 2026년 시작하며, 첫 원자로는 2032년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원자력 외에도 4GW급 복합 사이클 천연가스 발전소, 1GW급 태양광 및 배터리 저장장치가 함께 들어서 혼합형 에너지 체계를 완성한다.

페르미 아메리카의 토비 뉴거바우어 공동 창립자는 "AI의 미래에 동력을 공급할 이 사업에 현대건설과 협력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며 "미국은 더 이상 연습할 시간이 없다. 안전하고 깨끗한 새 원자력 에너지를 계획하고 짓는 데 성공한 실적을 가진 현대건설 같은 검증된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AI가 키운 전력 수요, 원전 부흥으로… 북미 시장 선점 기회


현대건설은 이번 사업 참여로 원전 부흥기를 맞은 미국 에너지 시장에서 전략적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통합 에너지·AI 단지를 만드는 데 초기부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를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아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 다양한 새 에너지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경쟁력을 꾸준히 높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업은 재산업화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 상황과 맞물려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년간 잠잠했던 미국의 전력 수요가 2040년까지 해마다 3% 넘게 늘어나는 추세로 돌아섰으며, 이를 감당하려면 원자력 발전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퍼그리드 단지는 현장에서 만든 전기를 바로 소비함으로써 송전망 부족 문제를 풀고, 변동성이 큰 전력 도매가격과 탄소 배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안정적 전력 공급 방식을 제시한다. 현재 페르미 아메리카는 '하이퍼스케일러'라 불리는 주요 IT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들과 단지 임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양사는 올해 안에 EPC 본계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세부 설계와 비용, 공정 계획을 짜고 있다. 전력 소비가 많은 AI 산업과 차세대 원전을 합친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앞으로 첨단 원자력과 AI 컴퓨팅을 짝지은 미래형 데이터센터의 국제 표준이자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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