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생보사 8개사→6개사 감소…손보사 4개 그쳐
저출산·고령화發 성장 둔화…영업환경 악화 철수 자극
보험시장 혁신 위해 외국계 보험사 유치해야 의견도
저출산·고령화發 성장 둔화…영업환경 악화 철수 자극
보험시장 혁신 위해 외국계 보험사 유치해야 의견도

21일 보험업계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 이후, 외국계 생보사는 기존 8개사에서 6개사로 줄어든다. 생보사 중에선 메트라이프, 라이나, AIA, 푸본현대, 처브라이프, BNP파리바카디프만 남았다. 지난 2012~2013년 26개에 달했던 외국계 생·손보사는 13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ING생명은 2013년 한국을 떠났고, PCA(2016년), 푸르덴셜(2020년), 라이나(2022년, 시그나→처브로 대주주 변경) 등도 잇따라 철수하거나 매각됐다.
특히 손해보험사의 경우 재보험사 등을 제외하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영업하는 곳은 4~5개사에 그친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1987년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ING, 푸르덴셜, PCA, 알리안츠, AIA 등 굵직한 글로벌 보험그룹들이 잇따라 진출하며 국내 보험시장에 혁신을 가져왔다. 특히 1990년대에는 종신보험을 시장에 안착시켰고, 2000년대 초에는 변액보험을 통해 보장·투자 병행 상품을 확산시켰다. 이후 고령화에 대응한 고연령층 상품, 치아보험, 외화보험 등도 외국계 생보사들이 주도했다.
판매 채널에서도 이들은 변화를 이끌었다. ING, 푸르덴셜, PCA는 대졸 재무설계사 조직을 중심으로 고급화된 컨설팅 시장을 구축했고, 라이나는 텔레마케팅 채널을 통해 저가 보장성보험의 저변을 넓혔다. 이처럼 상품·채널 모두에서 외국계 보험사는 국내 업체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혁신의 선도자 역할을 해왔다.
외국계 보험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배경에는 영업환경의 급격한 악화다. 고령화와 저출산, 저성장 기조는 장기보험 수요를 끌어 내렸고,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 역시 장기보장형 상품의 수익성을 악화했다. 여기에 국내 시장이 포화하면서 과당경쟁과 승환계약 중심의 판매 관행 역시 외국계 보험사에 불리한 구조였다.
최근 2년간 지속하는 회계제도 개편도 외국계 철수를 자극하고 있다. IFRS17과 K-ICS(킥스) 체계 도입으로 지급여력비율 하락과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지자, 국내 보험사뿐 아니라 외국계 보험사들도 장기 전략 수립에 제동이 걸렸다.
IFRS17은 원칙 중심 회계 기준으로 보험사 자율에 맡기던 계리 가정이, 도입 1년 만에 금융당국의 기준 개입으로 변경됐다. 부채가 불어나면서 가용자본은 감소하고 요구자본은 증가해 킥스비율이 이중으로 하락했고, 보험사들은 지난해에만 8조7000억 원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보험시장의 혁신을 위해 외국계 보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화 보험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선진적인 보험 인프라를 경험한 외국계 보험사의 진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성장성이나 수익성 모두 제한적인 시장이 됐고, 중장기 비전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보험시장 발전을 위해 외국계의 역할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