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1%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미국 월가 전문가들이 ‘터무니없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금융시장에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21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를 향해 기준금리를 현재의 4.25~4.50%에서 1%까지 대폭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연준이 일반적으로 0.25%포인트씩 조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 수준’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요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 인하는 기업에 경고 신호…자본 지출 줄일 것”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현실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이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너무 성급한 금리 인하는 경제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차입비용이 올라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1% 수준의 금리는 보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적 비상사태에서만 사용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려는 건가’ 하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 다시 불붙이고 경기후퇴 부를 수도”
인프라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해트필드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파월 의장이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폭등할 때 금리를 너무 늦게 올렸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1%로 급락시키는 건 끔찍한 경제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해트필드는 “기준금리를 1%로 낮추면 단기적으로는 채권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면 연준은 다시 금리를 4%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며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까지 오르고 이후 경기 조정기를 거쳐야 3.75%선에 안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금 수준에서 2.75~3% 정도로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현재 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경기침체가 불가피하지만 1%까지 내리는 것은 이보다 더 나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해트필드는 그러면서 “1% 인하는 통화공급을 대폭 확대해야 가능하고, 이는 결국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인플레 오르면 다시 올리면 돼” 주장
한편, 백악관 대변인은 포춘에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경우 연준이 금리를 다시 인상하면 된다는 입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발언을 인용해 입장을 밝혔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중장기적으로 기준금리가 2026년 말쯤 3.5% 수준까지는 하락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다만 그 전제는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통제될 경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