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순자금운용액 92.9조…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여금 등 소득 늘어도 고금리·고물가에 지갑 닫아
상여금 등 소득 늘어도 고금리·고물가에 지갑 닫아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92조9000억원으로 전분기(62조6000억원)보다 30조3000억원 늘었다.
이는 종전 역대 최고치인 2023년 1분기(92조8000억원)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순자금 운용액은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을 의미한다.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을 나타내는 자금 운용액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을 뜻하는 자금 조달액을 뺀 수치다.
가계 여윳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가계 지출보다 소득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연초 상여금 유입 등으로 가계 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 소비 둔화 등으로 여유 자금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1분기 자금 운용 규모(101조2000억원)도 전 분기(71조2000억원)보다 30조원 불었다. 금융기관 예치금이 49조7000억원 증가했고, 국내외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액도 29조3000억원 늘었다.
가계가 1분기 조달한 자금은 전분기(8조6000억원)보다 소폭 줄은 8조2000억언이었다. 증권·카드사 등 기타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이 3조원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 말 89.4%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89.6%)보다 0.2%포인트(P) 하락한 수치로 6분기 연속 하락세다.
다만 한은은 지난 2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일시 해제로 3월부터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2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팀장은 "올해 2분기는 서울 등 수도권 주택거래가 늘어 가계부채 증가 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