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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부통제 ‘분수령’… 보험사 ‘官 출신’ 선제 영입

신규 사외이사 절반 이상 금감원·기재부 출신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책무구조도’ 대응
전관예우 되레 수익성·건전성 부정적 분석도
올해 보험업계에서 금융감독원 등을 포함한 관 출신 영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보험업계에서 금융감독원 등을 포함한 관 출신 영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내부통제가 강화되면서 보험사들이 선제적으로 관 출신 사외이사를 대규모 영입하고 있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불리는 책무구조도 시행과 회계제도 등 주요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보험사는 올해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7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7개사는 신규 사외이사를 정부 출신 인물로 선임했다.

우선 생명보험사 맏형 격인 삼성생명에서는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했다. 구윤철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지냈고 기획재정부에서 2차관을 역임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삼성생명 측은 보험회사의 재정 건전성과 미래 성정 기반 등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경제·재정 분야에서 국가 주요 정책을 추진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졌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구 이사는 앞으로 삼성생명의 정책 수립과 의사결정에 대한 자문에 나서게 된다.

삼성생명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일했던 18·19대 재선 국회의원 출신 유일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한결 고문과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등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삼성생명 사외이사회 구성원 총 7명 중 과반인 4명이 관 출신이다.

신한라이프도 이호동 전 기획재정부 국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호동 이사는 기재부 출신 인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을 시작했다. 기재부 재정정책국과 공공정책국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국내대책관,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 재정관리국장 등을 맡았다. 이후 지난 2021년엔 한국평가데이터 대표직을 역임했다.

이밖에 농협생명이 박재식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장을 사외이사에 영입했다. 박재식 사외이사는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후 재무부 사무관,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장, 한국증권금융 대표, 제18대 저축은행중앙회장을 역임했다.
손보사들에서도 금융감독원 출신 영입이 두드러졌다. 현대해상의 도효정 신규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손해보험검사국에서 4년간 근무한 후 현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유광열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보험사들이 관 출신 인물 영입에 나서는 배경은 IFRS17 등 현안뿐만 아니라 책무구조도 제도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보험사는 올해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하고,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련 책무를 담당한 임원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도 불린다.
다만 일각에선 전직 관료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게 되면 되레 금융 안정성과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관예우나 낙하산 등으로 임명되는 경우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발간한 ‘사외이사의 직업적 경력이 보험회사 금융 안정성과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관 출신 사외이사 비율이 높으면 보험사의 금융 안정성과 수익성이 나빠졌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전직 관료 사외이사가 독립적인 외부 감시자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전관예우 등 소위 ‘낙하산’ 인사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아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업 감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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