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것은 물가상승률 둔화와 수도권 집값·가계부채가 일정 수준 잡히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실행으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이번 금리인하가 미칠 매수 심리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가계부채와 집값이 통화정책에 주요 변수인데, 연말 상승폭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가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도 고용 안정화에 추가 금리인하 폭이 제한적인 점도 한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위원장 제외 6명 중 5명의 의견 일치로 3.5%던 기준금리를 3.25%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2021년 8월 0.25%p 인상으로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 배경에는 안정세를 보인 물가상승률에 금리 결정의 주요 지표인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등이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9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6조9000억원으로, 지난달(8조5000억원)보다 확연하게 줄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역시 전월보다 1조7000억원 내렸다.
이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에 따라 은행권이 주담대 금리를 확 조인 덕으로 볼 수 있겠다. 앞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 7~8월 두 달간 주담대 금리를 총 22차례 올린 데 이어 이달에도 추가 인상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2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고 0.2%포인트(p), 국민은행은 4일부터 주담대(변동·혼합형) 금리를 0.2%p 각각 올렸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영끌’ 수요를 자극, 결국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계대출 추세는 완전히 잡혔다고 보기 어렵다. 금통위 역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는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금리 인하로 가계, 기업의 대출금리 부담이 모두 줄겠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가계는 0.14%p, 기업은 0.19%p 금리 부담이 경감, 최종적으로 가계는 2조5000억원, 기업은 3조5000억원 상당의 연간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빚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진 차주들의 대출 심리를 자극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주택공급 부족 등 외부적인 문제로 집값이 불붙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22년 6월~2024년 5월 전국 주택 인허가는 86만7000가구, 착공은 58만3000가구로 당초 약속했던 270만가구 공급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별도의 유동성 관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금리 하락 가능성은 두고 봐야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시장금리에 이미 선반영 된 데다, 은행권은 연말까지 가계대출 목표치를 달성하고자 금리를 조여야 하므로 당장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