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지방은행 절반이 대출 부문에서 적자를 보이자 일본 금융청이 9년 만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일본 지방은행은 현재 인구(고객) 감소와 마이너스 금리, 핀테크 등장 등으로 삼중고를 겪으며 위기를 맞고 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이 투입된 자금을 갚지 못할 경우, 결국 국유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18일 한국은행 동경사무소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지난 1일 야마가타현에 소재한 지모토 홀딩스의 자회사인 ‘기라카야은행’에 180억 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한다고 결정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623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청이 지방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지난 2014년 호와은행 이후 처음이다. 일본의 은행은 우리나라 시중은행에 해당하는 ‘도시은행’과 ‘지방은행’, 저축은행인 ‘제2 지방은행’ 등으로 구분되는데, 기라카야은행은 제2 지방은행이다. 업계 순위는 대출금 기준 75위 정도다.
기라카야은행 이사회는 금융청 산하 정리회수기구(RCC)에 대한 우선주식 발행을 결의할 예정이다. 공적자금 투입 시기는 오는 29일이고, 오는 2048년 10월 1일 이후에는 우선주를 보통주식으로도 전환할 수 있다. 지모토 홀딩스의 주요 주주인 SBI홀딩스 역시 제3자 배정방식으로 증자에 참여해 19.7억 엔을 출자한다. 공적자금 투입 이후 기라카야은행은 오는 2024년 3월 말 연결 자기자본비율이 10.7%로 개선된다.
앞서 기라카야 은행은 리먼 사태 이후인 지난 2009년 200억 엔과 동일본대지진 이후 100억 엔 등 총 300억 엔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그러나 수익 악화가 지속되면서 지난 4월 28일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라카야은행은 업황 부진과 코로나19에 따른 거래처 파산으로 인해 충당금이 급증하면서 올해 3월까지 83.3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2023년 4~6월 결산 기준으로는 2.11억 엔 흑자로 전환했다.
일본의 지방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기조와 인구의 지방 이탈과 대도시 집중, 핀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2018년 일본 내 지방은행 105개 중 45개 은행이 대출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고, 5번 이상의 회계기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 곳도 27곳에 달했다.
일본 금융청은 은행들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공적자금 투입을 망설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라카야은행 외에도 올해 7개 은행에 1410억 엔을 투입했다. 작년에도 12개 은행에 2340억 엔의 공적자금을 쏟았다.
금융청은 ‘2023사무연도 금융행정방침’을 통해 “지방은행이 건전정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견고한 수익기반과 미래에 걸친 건전성을 확보하고 지방의 금융중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은 동경사무소는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공적자금 투입을 특별한 이벤트로 보진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공적자금은 전환형 우선주 형태로 투입돼 전환일 이전에 상환되지 않으면 보통주로 전환돼 국가가 대주주로 올라서 사실상 국유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