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핏의 은퇴는 곧장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버크셔 해서웨이 A 주가는 하루 만에 5% 가까이 하락하더니 3개월 만에 15%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11% 상승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심리에 변화를 준 가장 큰 원인으로 ‘버핏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라 불리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두 사람이 이끈 버크셔 해서웨이는 1965년부터 2024년까지 60년간 연평균 수익률 19.9%, 누적 수익률 550만%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기 S&P500의 누적 수익률인 4만%를 크게 앞서는 압도적인 성과다. 이토록 오랜 시간 꾸준히 시장을 이긴 투자자는 찾기 힘들다.
버핏과 멍거는 1년에 단 한 번, 5시간 동안 열리는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어떠한 대본도 없이 즉문즉답 형식으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해 왔다. 60년간 이어진 주주총회에서는 투자·경영·인생·실수·배움·철학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고, 두 사람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는 것을 모두 얘기했다. 버크셔 주주총회는 어느새 ‘세계 유일의 경제 콘서트’라 불렸고, 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버핏과 멍거의 투자 원칙과 노하우, 시장을 관찰하는 법, 유망 분야에 관한 정보를 아낌없이 얻었다.
누군가는 두 투자자의 답변을 월스트리트 리포트보다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아이의 경제 관념을 바르게 세워주기 위해 온 가족이 주주총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버핏과 멍거의 말은 단순한 투자 지침을 넘어 중대한 갈림길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돈이 되는 가르침’이었다.
하지만 버크셔 주주총회는 영상 녹화 없이 대면 행사로만 개최했기에 오랜 시간 총회에 직접 참석한 소수의 사람만 버핏과 멍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총회에 참석한 누군가가 내용을 필기해 온라인에 공유해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곤 했다. 2018년이 돼서야 버크셔 해서웨이는 1994년부터의 총회 영상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이제 누구나 이 귀중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특정한 관심 주제의 알짜 정보를 쏙쏙 뽑아내려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방대한 분량이었다.
얼마 전 출간한 신간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이러한 애로점을 해결해 주는 유용한 자료다. 1994년부터 2024년까지 31년간 주주총회에 등장한 1700개 이상의 질문을 모두 검토한 뒤 주제별로 정리해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500여 개의 답변을 추려냈다. 투자자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에 대처하는 자세, 기회비용 계산 등 투자와 경영에 중요한 주제가 가득하다.
투자계의 전설들이 남긴 통찰을 집대성한 책이지만 소설을 읽듯이 술술 넘어간다. 평소 유머와 비유를 즐기는 버핏의 입담과 직설적이면서 명료한 멍거의 말투 덕분이다. 두 전설이 주고받는 투자 원칙과 철학은 쉽고 빠르게 독자들의 뇌리에 거침없이 파고든다.
재미있는 사실은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버핏과 멍거의 투자 원칙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첫 번째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인데 이를 지켜낸 방법 역시 오랜 시간 흔들림이 없었다. 두 사람은 폭락하는 시장에서 모두가 공포를 느낄 때나 새로운 기술을 두고 남들이 호들갑을 떨 때도 그들만의 투자 원칙을 유지했고, 그 결과는 변함없이 시장을 이겼다. 이는 버핏과 멍거의 말과 글이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이유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책을 관통하는 구절을 전하며 끝맺고자 한다.
“성공 투자의 비결은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정혜림 교보문고 지식IP팀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