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생계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필수 소비 외의 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각) 벤징가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연구소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소비자 지출은 아직 견조하지만 생계비 상승과 임금 성장 둔화, 실업 우려가 일부 계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 와드포드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회복력은 지속되고 있지만 금융 여건 악화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주거비 상승이 저소득층 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의 올해 2월 주거비(임대료 및 모기지 상환)는 지난 2023년 평균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의 주거비 증가율은 9%에 그쳤다.
보고서는 “저소득층의 경우 값싼 주거지를 중심으로 임대료 인상이 확산되면서 타격이 더 크다”며 “고소득층은 주택 소유 비율이 높고, 고정금리 모기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월 상환액 변동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저소득층은 세후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주거비에 지출하고 있으며 여기에 교통, 식료품, 공공요금 등을 더하면 전체 세후 소득의 약 95%가 필수 지출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전반적인 소비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자제품, 여행, 외식 등 비필수 소비 항목에 대한 지출은 2년 전과 비교해 감소했지만 감소 폭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비필수 소비 지출 비중은 올해 2월 기준 총 지출 대비 0.3%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0.8%포인트 감소)에 비해 절반 이상 둔화된 수치다.
다만 주식시장에서는 소비 둔화 우려가 여전히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소비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컨슈머 디스크리셔너리 셀렉트 섹터 SPDR 펀드’는 올해 들어 11% 하락해 S&P500 주요 섹터 중 가장 부진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이 펀드에는 아마존, 테슬라, 홈디포, 부킹홀딩스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노동시장도 최근까지는 소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곳곳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소득 계층에서 세후 급여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고 있지만 예금 감소세가 작년보다 완화되면서도 여전히 우려되는 수준이다.
올해 2월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최근 몇 년에 비해 상승한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들의 고용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6%가 향후 1년 내 실업률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반인 지난 2020년 초보다 14%포인트 높은 수치로 향후 소비 심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연준도 지난달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업률 전망치를 종전 4.3%에서 4.4%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