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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배터리 혁신으로 전기차 한 번 충전에 3000마일 주행 시대 온다

포항공대·서강대 연구진, 실리콘 팽창 억제 기술로 에너지 저장용량 최대 10배 늘려—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까지 확장 기대
BMW 미니 전기자동차가 뮌헨 시내 역에서 충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BMW 미니 전기자동차가 뮌헨 시내 역에서 충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기차가 한 번 충전으로 3000마일(약 4800㎞)을 달릴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IT·기술 전문 매체인 bgr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친환경 에너지 전문 플랫폼 GreenCarStocks(2025년 6월 6일 발표)에 따르면, 포항공과대학교와 서강대학교 연구진이 실리콘 기반 음극의 팽창 문제를 해결해 에너지 저장 용량을 기존 대비 최대 10배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기차는 충전소가 부족한 곳에서도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 없이 멀리 달릴 수 있게 된다.

현재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200~300마일(약 320~480㎞)을 주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충전소가 적은 곳에서는 운전자가 경로를 신중히 짜야 하는 불편이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실리콘 기반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2배 이상 더 높다. 이 기술은 전기차뿐 아니라 태양광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여러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 실리콘 배터리, 에너지 저장 용량 혁신의 열쇠


현재 전기차와 스마트폰, 노트북 등 대부분 전자기기는 흑연 기반 리튬이온배터리를 쓴다.

흑연은 안정적이지만 에너지 저장 용량이 한정돼 있다. 반면 실리콘은 흑연보다 최대 10배 많은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실리콘 음극은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최대 3배까지 부풀거나 줄어들면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고 안전 문제를 일으켜 상용화에 걸림돌이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박수진 교수, 재료과학과 한임경 교수, 한동엽 박사, 서강대학교 화학생물분자공학과 류재건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실리콘 음극의 팽창을 억제하는 바인더 소재와 전극·전해질을 화학적으로 단단히 결합하는 '인사이투 인터로킹 전극-전해질(IEE)'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벽돌을 모르타르로 단단히 결합하듯, 전극과 전해질을 화학적으로 엮어 기존 배터리보다 훨씬 더 견고하게 만든다.

연구진이 만든 IEE 기반 파우치 셀은 무게 기준 403.7Wh/㎏, 부피 기준 1300Wh/L의 에너지 밀도를 기록했다. IEE 시스템은 기존 배터리보다 내구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췄다.

실험 결과, 기존 배터리는 몇 번 충전·방전을 반복하면 용량이 줄어들었지만, IEE 설계를 적용한 배터리는 오랜 시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박수진 교수는 "실리콘 기반 음극을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하면 주행거리를 10배까지 늘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류재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리콘 기반 배터리 상용화의 핵심 걸림돌을 해결한 획기적 성과"라고 덧붙였다.

이는 상용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무게 기준 에너지 밀도가 60% 이상, 부피 기준 에너지 밀도는 거의 2배 높은 수치다.

박수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오래가는 내구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류재건 교수는 "IEE 전략은 계면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실리콘 기반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 전기차 주행거리 혁신,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


이번 기술은 전기차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은 미국 전역에 수십만 개의 주유소가 있지만, 전기차는 충전소가 부족한 곳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한 번 충전에 3000마일을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 발전, 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 저장 분야로도 기술이 확장될 수 있다.

솔라뱅크(SolarBank Cor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차세대 배터리 화학의 발전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리콘 배터리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기차, 드론,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 저장 용량이 혁신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기술 상용화와 앞으로의 전개


이번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최근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원·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진은 실리콘 기반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추가 연구와 실증을 계속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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