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불가리아 벨레네 원전 '수주 전선'에 불리한 전망이 나와 한수원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다만, 이같은 부정적 전망의 발원지가 러시아 언론매체라는 점에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러시아 온라인뉴스매체 이노SMI는 13일(현지시간) 한수원, 러시아 로사톰(Rosatom), 중국 핵공업집단(CNNC) 등 3개사가 최종 '전략적 투자자' 후보로 선정된 불가리아 벨레네 원전사업이 러시아의 우세 속에 중국의 '강한 투자 의지'로 러-중 2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테메누츠카 페트코바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9일 불가리아 의회 에너지위원회에 출석해 오는 4~5월께 벨레네 원전사업의 최종 후보 3개사와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상은 각 후보 기업이 제시한 제안서 내용과 가격 조건에 기초해 시작하고 이후에도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투자금액과 가격 등이 결정될 것이지만, 이같은 원칙은 후보 기업들과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방 변할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벨레네 원전 사업은 지난 1980년대 구 소련이 건설한 코즐로두이 원전에 이은 불가리아 두번째 원전으로 총 2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만 최대 100억 유로(약 13조 4000억 원)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사업은 2006년 러시아 로사톰이 수주해 건설하다가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2012년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불가리아 정부는 건설을 재개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한수원과 로사톰, CNNC 등 3개사를 '전략적 투자자' 후보로 최종 선정했다.
문제는 공사를 재개해 완공하기까지 100억 유로가 필요하고, 추후 공사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 수익성은 의문시 된다는 점이다.
이노SMI는 "벨레네 원전 완공 뒤 생산하는 전기의 생산단가가 1메가와트시(㎿h)당 100유로를 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공사비를 85억 유로로 가정했을 때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기까지 100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원전 건설에 드는 직접 비용 외에도 송배전 설비 구축을 위한 추가 비용도 필요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로사톰 측은 자신들의 참여 없이는 벨레네 원전 건설이 온전히 완료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가리아 정부에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불가리아 정부는 로사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불가리아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기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 CNNC는 투자 비용을 포함한 불가리아 정부의 어떠한 요구에도 기꺼이 수용할 태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C는 벨레네 원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매우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어떤 까다로운 조건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러시아 외신은 "한수원이 러시아형 원자로에 관한 경험이 부족할뿐 아니라 현재로서는 이 프로젝트(벨레네 원전)에 수십억 유로의 자금을 투자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최종 후보 중 하나인 한수원이 '참가에 의의를 두는 정도'로 보인다고 평가절하한 뒤 "벨레네 원전사업이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의 2파전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