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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유호승 기자] 이재용의 말말말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

기사입력 : 2018-02-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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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유호승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말(馬)에 덜미가 잡히고 말(言)로 말(末)을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 1년은 ‘말·말·말’로 정리된다. 그는 정유라 승마지원으로 촉발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353일간 옥살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승마 지원 액수는 2심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1심 재판부는 삼성의 승마 지원금을 약 73억원으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최순실이 실소유한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에 송금된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승마 지원 금액이 절반으로 인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형도 5년에서 2년6월로 반감됐다. 아울러 삼성 측 변호인단이 70회에 달하는 공판기간 줄기차게 외쳤던 ‘삼성=피해자’라는 논리도 인정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의 법리 싸움은 2심에서 역전된 모양새다.

특검은 2심 결과를 두고 ‘소가 웃을 판결’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1심과 2심에 각각 안종범 수첩과 ‘0차 독대’라는 ‘전가의 보도’를 준비했지만, 2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과 0차 독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은 증거로 허용될 수 없다’라고 밝혔을 때 재판장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2심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은 5일 석방됐다. 그는 지난 1년간 참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1·2심 최후 진술을 통해 본인의 비전을 널리 알렸다. 메모장에 적힌 최후 진술 내용은 변호인의 첨삭이나 검토 등을 거치지 않고 이 부회장이 직접 작성했다.

지난해 8월 1심 최후 진술 시 이 부회장이 울먹인 순간을 기억한다.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언급할 당시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숨을 고르고 진술을 이어갔다. 조부와 부친의 위명에 따른 영광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경영일선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목표다.

또한 최지성 전 부회장 등의 선처를 원하고 모든 비난의 화살을 본인이 받겠다는 최후 진술도 2심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 전 부회장 등 다른 피고인들은 업무에만 충실했기 때문에 이들을 풀어주고 모든 죄를 본인에게 몰아달라는 읍소(泣訴)다.

2심 선고를 두고 꽤 많음 잡음이 일고 있다. 그러나 ‘신성한 재판장’에서 정해진 사안을 돌이킬 수는 없다. 70번에 달하는 재판을 지켜본 바 선고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재판의 시작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생각을 입증하는 것이다. ‘묵시적 청탁’이라는 모호한 개념도 2심에서 정립돼 무죄가 됐다.

상고심이 남았지만 재판은 얼추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에 주어진 숙제는 ‘기업인’으로서 면모를 다시 한 번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다. 상고심이 남은 만큼 항소심 판결 결과를 두고 지금 왈가왈부(曰可曰否)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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