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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어느 벤처 기업가의 일기

문형남(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 교수)
문형남(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 교수)
규제 개혁과 창조경제의 상징으로 알려졌던, 전국적으로 처음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 1호가 6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규제개혁이 현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이 정한 허용 지역에서만 영업해야 하는 한계와 관할 관청인 지방자치단체 등의 무관심에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푸드트럭은 2014년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거론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푸드트럭 규제를 풀 것을 주문했고, 관련 부처는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을 개정하며 신속하게 푸드트럭을 합법화했다. 당시 정부는 규제개혁으로 2000대 이상의 푸드트럭이 생겨 6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푸드트럭 정책 실패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행한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불공정한 룰을 만들어서 허가 받지 않고 법을 지키지 않는 ‘불법 노점상’들은 잘 운영되고 있는 반면 법을 잘 지키는 허가 받은 ‘합법적인 푸드트럭’은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건전한 기업이 불건전한 기업을 이길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일을 보면서 생각나는 한 벤처기업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A씨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10년에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어 정부에서 지원 받은 창업 자금으로 B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하여 틈새시장을 발견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적잖은 매출과 수익을 내게 됐다. 그러자 유사기업들이 난립하면서 시장이 교란되며 일부 문제점이 발견되자 정부는 이 시장의 사업을 중단시키고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는 업체만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했다. 그런데 이 기준이 불공정하고 불합리하게 정해져서 B사는 자신이 개척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공정한 룰을 만들어서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B사의 대표 A씨는 눈물을 머금고 자신이 개척한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 더 유망한 기술 2가지로 특허 2건 등록을 하고, 기술을 사업화하여 새로운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벤처 지원 정책들이 말뿐이고, 실질적 도움이 안돼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가 새롭게 특허를 받은 2건은 매우 유망한 분야로 평가를 받고 있고, 세계적인 글로벌 IT기업도 B사의 기술력을 탐내기도 했으며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매거진에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A씨는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여러 은행, 모 신용보증재단, 2개 보증기금에 대출과 신용보증을 요청했지만 모두 제대로 기술평가를 하지도 않고, 기존 매출이 적다고 대출과 신용보증을 거절당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모든 중소기업 관련 정책자금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총괄한다는 얘기를 듣고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담당자를 만났다. 그러나 매출이 적고 자본이 잠식되어 모든 정책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자본금이 적어서 매출과 이익이 적으면 금방 자본 잠식이 되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원망스러웠다. 정부의 창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지원 자금과 정책이 많고 넘쳐난다고 하는데 막상 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A씨는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 등 여러 곳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B사의 유망성을 아는 한 사업가가 투자를 하려고 했으나 선의의 투자자가 아니었고 지나친 헐값으로 인수하려고 해서 주변의 만류로 투자 논의는 중단되었다. B씨는 다시 여기저기 수소문하면서 사업 초기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유망 기술과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창조경제와 규제개혁의 상징인 푸드트럭 폐업 사례와 글로벌 기업도 탐내는 유망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이 투자나 대출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정부 당국자는 잘 인식해서 창조경제와 규제개혁이 제대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불합리한 부분들은 즉시 시정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성장 잠재력을 지닌 숨은 유망 벤처기업들에 마중물을 부어준다면 유망 벤처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경제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다.
문형남(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 교수)
사진없는 기자

문형남(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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