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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AI 특수"… 日 상장 제조업체 절반, 연간 순익 전망 '무더기 상향'

도쿄증시 프라임 제조사 239곳 중 47% 상향… 10월 이후 순익 상향액만 2.4조 엔 돌파
토요타, 美 하이브리드 돌풍에 3,200억 엔↑… 고마쓰·일본제철도 美 데이터센터 건설 수혜
원가 전가 성공한 화학·소재 호조… 美 빅테크 AI 현금 소진·민주당 의회 전력 규제는 '복병'
일본 제조업체들이 성공적인 제품 가격 인상과 엔저 효과,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수요에 힘입어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대거 상향 조정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제조업체들이 성공적인 제품 가격 인상과 엔저 효과,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수요에 힘입어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대거 상향 조정했다. 사진=로이터
일본 주요 상장 제조업체들이 2027년 3월 결산(2026 회계연도)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대거 올려잡으며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판가에 성공적으로 전가한 데다, 북미 시장 중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건설 붐과 역사적인 엔화 약세(엔저) 훈풍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현금 소진으로 인한 AI 설비투자 지속 가능성 논란과 함께, 미국 중간선거에서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전력 소비 규제 움직임 등이 향후 실적의 잠재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월 8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닛케이가 3월 결산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 상장사 중 지난 7일까지 상반기 실적 발표를 마친 제조기업 239개 사를 전수 분석한 결과, 전체의 47%에 달하는 112개 사가 10월 이후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전기기계가 32개 사로 가장 많았고, 화학(27개 사)과 일반기계(13개 사)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의 관세 장벽과 중국발 디플레이션 수출 압력으로 비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일본 제조업이 판가 인상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발판 삼아 강력한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원가 인상분 판매가 전가 성공… 소재·중견기업까지 실적 '낙수효과'


이번 실적 상향의 일등 공신은 기업들의 과감한 '판가 인상' 전략이다.

종합 화학기업 우베(Ube)는 고분자 및 정밀화학 부문의 제품 가격 인상이 시장 기대를 웃돌며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10억 엔 상향했다.

이시카와 히로타카(Hirotaka Ishikawa) 우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원자재 및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최종 판매가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소재 대기업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 역시 첨단 AI 반도체 패키징용 절연 소재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순이익 전망치를 종전보다 130억 엔 늘어난 1,730억 엔(전년比 9% 증가)으로 수정했다.

이는 회사가 2018년 3월 달성했던 역대 최대 순이익(1,702억 엔)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 실적 경신이다.

가격 인상의 온기는 제조업 허리인 중견기업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산업용 접착제 전문 기업 고니시(Konishi)는 원가 부담을 반영한 선제적 가격 인상으로 순이익 전망치를 13억 엔 높였으며, 기능성 플라스틱 제조사 리켄테크노스(Riken Technos)도 고객사 가격 전가를 완료한 뒤 가이던스를 일제히 올려잡았다.

"미국 AI 데이터센터를 지어라"… 토요타·고마쓰 북미 특수 견인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폭발하는 AI 인프라 투자와 경제 성장세도 실적 호조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건설 중장비 세계 2위 고마쓰(Komatsu)는 미국 내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부지 조성 및 대형 건설 프로젝트 수요를 대거 흡수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일본제철의 미국 자회사인 유니시스 스틸(Unisys Steel) 역시 데이터센터 골조 및 전력 설비용 철강재 출하량을 대폭 늘려 순이익 가이던스를 상향했다.

제조업 전체에서 가장 압도적인 상향폭을 기록한 곳은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였다. 도요타는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HEV) 판매 돌풍에 힘입어 순이익 전망치를 단숨에 3,200억 엔(약 2조 8,000억 원) 증액했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며 실질 연비가 우수한 고효율 모델을 찾는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가 집중된 덕분이다.

사업재편을 마친 파나소닉홀딩스(Panasonic Holdings)도 실적 질주에 가세했다. 1만 2,000명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과 유럽 자동차 부품 법인 매각을 완료한 파나소닉은 AI 서버용 초다층 회로기판 재료 수요 폭증에 힘입어 3년 만에 처음으로 순이익 전망을 상향하며 사상 최대 이익 달성을 정조준했다.

이로써 10월 이후 일본 상장 제조사들이 상향 조정한 순이익 총액만 2조 4,000억 엔(약 2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美 빅테크 현금 소진·민주당 의회 '전력 규제'… 엔저 둔화는 경계 요인


그러나 축포 뒤에는 짙은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AI 경쟁을 벌여온 미국 테크 기업들이 주식과 회사채 발행으로 데이터센터 자금을 조달해왔으나, 막대한 현금 소진(Cash Burn) 속도에 놀란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AI 인프라 지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간선거에 따른 정치적 지각변동도 암초다. 상·하원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AI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 소비가 지역 전력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전기요금 인상을 부추긴다며 인허가 및 배출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실적을 밀어 올리던 엔저 효과도 점차 한계에 봉착했다. 도요타는 하반기 기준 환율을 달러당 157엔으로 3엔 높여 잡으며 현재 외환시장 수준에 맞췄으나, 추가적인 환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 상태다.

이시이 게이타(Keita Ishii) 이토추상사 사장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금리와 외환시장 전망의 변동성이 극도로 커졌다"며 "세계 경제의 견인차였던 미국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토모치카 노무라증권 일본 주식 전략가는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불확실성이 다시 짙어지고 있는 만큼, 일본 기업들은 단순 환율 효과에 의존하기보다 부품 조달 안정화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판가 결정권과 실질 출하량을 유지하는 내실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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