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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불안에 스위스 증시 부상…유럽 주요국과 수익률 역전

스위스 SMI 이달 4.6% 상승·유로스톡스50은 3.2% 하락
로슈·노바티스·네슬레 강세 주도…방어주 선호에 자금 이동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 증권거래소 운영업체 SIX그룹의 건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 증권거래소 운영업체 SIX그룹의 건물.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투자 회의론과 금리 상승 부담이 커지면서 스위스 증시가 유럽 주식시장의 새로운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스위스 대표 주가지수는 이달 들어 4% 넘게 상승했다.

제약과 식품 등 경기 방어적 성격이 강한 대기업에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가장 두드러진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스위스 대표 주가지수인 SMI가 23일(이하 현지시각)까지 10월 한 달간 4.6% 상승한 반면 유로존 주요 대기업을 추종하는 유로스톡스50지수는 3.2% 하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두 지수의 수익률 격차는 7.8%포인트로 스위스 증시가 2020년 3월 이후 기록한 가장 큰 상대적 우위다.

블룸버그는 “AI 관련 투자에 대한 회의론과 차입 비용 상승, 프랑스와 스페인 등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유럽 투자자들이 기술주와 경기민감주 대신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춘 방어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슈 12%·네슬레 10% 상승…대형 방어주가 증시 견인


스위스 증시의 강세는 제약과 식품 분야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위스의 대표 제약업체 로슈 주가는 이달 들어 12% 상승했다. 세계 최대 식품업체 네슬레는 10%, 또 다른 글로벌 제약업체 노바티스는 6.7% 올랐다.

이들 세 기업의 주가 상승이 사실상 SMI지수의 월간 상승분 전체를 설명한다.

스위스 주요 20개 우량주로 구성된 SMI지수에서 로슈, 노바티스, 네슬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에 가깝다.

경기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의약품과 필수소비재를 중심으로 지수가 구성돼 있어 기술주와 경기민감주가 부진할 때 상대적인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다.
중소형 종목에서도 강세가 나타났다.

스위스 향료업체 지보단과 피부과 전문기업 갈더마는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SMI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이달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경기민감 업종에 속한 4곳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이런 흐름이 스위스 시장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유럽 전반에서 방어주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AI 쏠림 부담에 방어주로 자금 이동


최근 스위스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배경에는 AI 관련주에 집중됐던 자금의 이동이 있다.

그동안 유럽에서도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기술주와 관련 기업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AI 사업의 수익성과 높은 기업가치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EFG자산운용의 스위스 주식 부문 책임자인 데이미언 부르크하르트는 “투자자들이 스위스 주식의 방어적 특성을 선호하며 투자자가 몰려 있는 AI 관련주를 대신할 종목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AI 관련주에 투자하기 위해 헬스케어 종목을 매도했지만 이제 그 흐름이 반대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관련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처분했던 제약·헬스케어 종목을 다시 매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도 이러한 자금 이동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차입 비용이 높아지는 환경에서는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스위스 대형 제약·식품업체들은 이러한 조건을 갖춘 대표적인 방어주로 분류된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최근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순비율 16%가 스위스를 유럽에서 가장 선호하는 주식시장으로 꼽았다.

◇올해 소외됐던 스위스 증시, 2027년 실적 기대에 반등


스위스 증시가 올해 내내 강세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스위스 주식시장은 에너지와 기술 관련 종목의 비중이 낮아 올해 주요 상승 업종의 수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SMI지수의 누적 수익률은 배당금을 포함하고 현지 통화로 계산할 때 6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유로스톡스50지수는 약 두 배로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위스 대기업들의 실적 개선 전망이 투자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SMI 구성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은 2027년 1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예상 증가율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스위스프랑의 약세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위스프랑은 최근 달러 대비 2025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로에 대해서도 최근 7개월간 대체로 약세를 나타냈다. 다만 이달에는 프랑스 등 유로존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유입되면서 일부 하락폭을 만회했다.

스위스프랑이 약세를 보이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과 이익을 스위스 통화로 환산할 때 유리해질 수 있다.

◇주가 상승에 고평가 부담도 확대


스위스 증시가 상대적인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최근 상승으로 SMI지수의 주가 평가 수준이 과거 10년과 비교해 높은 영역에 다시 진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스톡스50지수와 비교한 상대적 주가 평가 수준은 약 2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블룸버그는 스위스 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익성과 실적 개선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미 높아진 주가가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거시경제 환경은 최근 스위스 주식에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위스계 자산운용사 뱅크 J. 사프라 사라신의 주식 전략가 볼프 폰 로트베르크는 이달 스위스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스위스 증시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금리와 달러, 경기 사이클의 정점 통과 여부를 꼽았다.

최근에는 이 세 요인이 모두 SMI지수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폰 로트베르크는 이달 초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스위스 주식이 회복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AI 관련주에 집중됐던 투자자금이 방어주로 이동하고 있지만 스위스 증시의 추가 상승 여부는 기업 실적 개선이 높아진 주가를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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