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토 마을 -산골 유자 하나로 일어서게 한 '스토리텔링'의 힘
고쓰시- 무인역에 양조장 세우자 '일일체험' 방문객 북적'
가미카츠- 쓰레기 마을의 '노인 기저귀 분리배출' 아이디어
고쓰시- 무인역에 양조장 세우자 '일일체험' 방문객 북적'
가미카츠- 쓰레기 마을의 '노인 기저귀 분리배출' 아이디어
이미지 확대보기후지타 회장은 매년 가을 고향 유자를 포장해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보낸다. 전문가들은 이를 '감성경영'이라 부른다. "제 고향 이야기와 유자를 전면에 내세워 대도시 비즈니스맨들이 저의 진심을 읽게 만드는 것이 제 경영의 본질입니다". 후지타 회장 말이다. 전자책 판매라는 디지털 유통과 고향 개념의 아날로그 로컬을 연결해 두 세계를 동시에 성장시키고 있다.
상주인구 937명...아버지 기술에 아들이 서사 입혀 브랜딩
유자는 13년을 기다려야 열매를 맺는다. 이 수확기간을 3~5년으로 단축한 집념의 영농 기술자가 바로 후지타의 아버지다. 아버지의 기술에 아들이 서사를 입히자 기토 유자는 스토리텔링으로 체계화되면서 성공한 브랜드로 거듭난다.
상주인구 937명의 작은 산간마을에 작년 한해 찾아온 방문객이 1만6천명이 넘는다. '정주인구' 지표로는 포착할 수 없는 새로운 지표의 실체다. 한국에서 논의되는 '생활인구' 개념이 더욱 입체적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기도 하는 실례다.
한국 229개 기초지자체 중 141곳이 소멸 위기다. 공식적인 소멸 위험 지역은 10월 현재 92개 시군구에 달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일본 7개 마을의 고민과 결단...현장 탐방 취재 노고
책 '인구는 줄어도 소멸은 없다-소멸의 최전선, 일본 지방도시의 성공적 축소 전략'은 일본의 '작지만 강한 마을' 7곳을 소개하면서 지방도시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고민과 결단을 소개한다. 한양로컬리즘연구회 일본탐방팀 6명이 직접 현지에서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며 듣고 정리했다. 문장이 유려하고 구성이 치밀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형 로컬리즘의 시동을 걸자고 저자는 말한다. 시행착오가 있어도 피하지 말자고 말한다.
다시 일본. 도쿄에서 철도가 닿는 가장 먼 곳 고쓰시(市). 저자를 맞은 건 빗줄기 사이로 스며드는 서늘한 기운. 소멸의 전조가 이렇게 도시를 잠식하는가. 그러나 쇠락의 상징이었던 이곳의 하시역에 양조장을 세워 로컬 브랜딩의 새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형 고향 납세' 활용... 아사히맥주 베테랑 파견도
양조장 대표 야마구치는 5만엔도 안되는 비용으로 매우 간단한 양조 시스템을 구축, 고효율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하루 12명만이 오가던 무인역은 이제 매일 120명이 찾는 활력의 거점이 됐다. 한해 교류인구는 2만4천명이 넘고 연간 경제효과는 6천만엔을 웃돈다. 올해 이곳의 '1일 양조사 체험' 프로그램 누적 참가자는 2만명을 돌파했다. 이 방문객들은 지역을 소비하는 관광객이 아니라 맥주를 제조하는 생산자로 전환돼 지역과 유대가 더욱 심화된다.
야마구치 대표는 말한다. "다른 지역이 우리 기술로 맥주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하시역 플랫폼에서 주민과 함께 만든다는 스토리는 복제할 수 없다"고.
여기에 고쓰시는 일본의 '기업형 고향납세'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기업이 기부금을 내는 대신 자사의 인력을 지자체에 파견하고 그 인력의 급여를 기부금으로 인정받는 방식이다. 고쓰시를 주목한 건 아사히그룹홀딩스. 이 공룡기업은 한 지역의 맥주문화가 건강하게 뿌리내리는 것이 주류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게 한다는 판단 때문에 고쓰시에 손을 내밀었다. 기업 네트워크 효과는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의 240%를 초과 달성하는 등 수치로 증명됐다.
귤나무 전멸에 이은 나뭇잎 판매 아이디어
쓰레기 마을의 성공담은 읽는 이마저 흥분하게 한다. 산간 오지 마을 가미카츠. 인구는 줄고줄어 이제 1268명. 한때 임업이 흥해 삼나무 편백나무를 베어 팔아 잘 나갔었다. 그러다 일본 정부가 목재 수입 자유화를 시작하며 1960대 중반부터 추락이 거듭됐다.
1981년 2월 영하 13도 이상 한파로 이곳 귤나무가 전멸한다. 임업이 망가지며 겨우 귤을 재배해 먹고살던 주민들은 절망했다. 여기에 쓰레기 소각시설이 없어 폐기물 일부는 야외에서 태우고 생활쓰레기는 야산에 몰래 버렸다. 소문이 나며 다른 마을 주민까지 쓰레기를 이곳에 버리며 쓰레기 마을이 된다.
이때 한 공무원의 나서며 재생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다. 4년동안 선진 지역을 찾아 공부하고 회생방안을 연구한다. 그러다 마을에 지천인 나뭇잎을 고령자가 파는 비즈니스를 개발한다. 할머니들이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관리하고 수입을 올리는 모습은 일본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 마을 쓰레기장에 기저귀를 별도 표시를 해 분리배출을 받고 있다. 노인이 많은 일본은 기저귀 처리가 골치다. 소변에 젖어 소각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곳에선 기저귀를 가져오는 노인에게 새로운 기저귀를 지급한다. 버리는 노인들이 부담없다.
"로컬이 없으면 희망도 없다"
인구가 줄어도 잘 살 수 있고 로컬이 축소돼도 괜찮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같은 희망은 결코 거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확실한 건 로컬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지역 행정가들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 '퍼주는 복지'는 일본에는 없다.
엄정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stoday@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