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1.3% 급등·소매판매 0.8% 증가…고용시장도 견조
2년물 국채금리 4.95%→4.72% 급락…AI 투자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2년물 국채금리 4.95%→4.72% 급락…AI 투자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까지 확대되자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통화정책 운용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잇따라 시장 예상을 웃돌고 소비와 고용도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연준 고위 인사들은 서둘러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이달 말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예상보다 높은 물가지표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오히려 급락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미국의 강력한 성장세와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며 워시 의장과 연준이 어려운 정책적 선택에 직면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악시오스는 물가 상승 압력이 저절로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거의 없는 반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을 우려할 이유는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물가·소비·고용 동반 강세…美 경제 과열 우려 확대
미국의 최근 경제지표는 물가 상승 압력과 견조한 경제활동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5일 발표된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며 전문가 예상치인 0.6%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14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예상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 지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에너지 분야를 넘어 다른 산업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소비지표도 예상보다 강했다.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증가해 전문가 예상치인 0.4%를 크게 웃돌았다.
8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상향 수정됐다.
고용시장 역시 견조한 모습을 유지했다.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9000건으로 집계돼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악시오스는 이러한 지표들이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 경제를 거의 5년 연속 괴롭혀 온 물가 상승 압력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동반 상승은 인플레이션이 에너지 가격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퍼지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워시 의장, 금리 동결해도 인상해도 정책 신뢰성 부담
강한 경제지표는 워시 의장에게 까다로운 통화정책 과제를 안겼다.
연준 고위 인사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추가 금리 인상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 왔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이달 연속적인 금리 인상의 시급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물가지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워시 의장이 기존의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경우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의지가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추가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최근 발표된 몇 가지 경제지표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통화정책을 개별 경제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는 워시 의장의 목표와도 충돌할 수 있다.
금리 동결을 시사하면 물가 안정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 정책의 일관성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이러한 상황을 워시 의장이 처한 핵심적인 정책 딜레마로 평가했다.
워시 의장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해 발언할 예정이다.
이번 발언은 연준이 오는 28일 종료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통화정책 관련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기간에 들어가기 전 시장에 정책 방향을 설명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美 2년물 국채금리 하루 새 0.23%포인트 급락
높은 물가 상승률에도 국채금리가 급락한 점은 이번 금융시장의 특징적인 움직임으로 꼽힌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국채금리는 14일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직후 한때 4.95%까지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연준의 상당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15일 오전에는 4.72%까지 하락했다.
불과 하루 사이 0.23%포인트, 즉 23bp(1bp=0.01%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악시오스는 예상보다 높은 물가지표가 잇따라 발표된 상황에서 이처럼 큰 폭의 국채금리 변동이 나타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금리 인상 기대가 높아지고 국채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도체와 AI 관련주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채에 매수세가 유입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하고 수익률은 하락한다.
악시오스는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낙관론이 약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국채금리 하락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4일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급등했던 국채금리가 이후 대부분의 상승분을 반납한 것도 이러한 시장 흐름과 연결된다.
◇AI 투자 확대도 물가 자극…기업 비용 전가 우려
AI 관련 산업은 최근 금융시장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압력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관련 주식의 매도세가 국채 수요를 자극하는 한편 대규모 AI 기반시설 건설 자체는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보험·금융회사 네이션와이드의 오런 클라치킨 금융시장 이코노미스트는 9월 생산자물가 보고서가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의 경고를 다시 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연준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치킨은 AI 기반시설 건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분야에서도 가격 상승 압력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의 이윤을 가늠하는 대리지표가 9월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을 들어 기업들이 높아진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금융시장의 자금조달 부담뿐 아니라 실물경제의 가격 상승 압력과도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강한 성장과 높은 물가 사이…연준 10월 결정 주목
미국 경제는 견조한 소비와 고용을 유지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연준이 경제활동의 급격한 위축을 우려해 긴축 속도를 늦춰야 할 상황과 물가 안정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할 상황 사이에서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악시오스는 최근 경제지표들이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연준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관련주 급락에 따른 국채금리 하락은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물가지표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워시 의장은 강한 경제성장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움직임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27~28일 연준 회의를 앞두고 예정된 워시 의장의 발언은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과 정책적 신중론 사이에서 연준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