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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달러 꿈꿨지만 75% 폭락"… 쉬인, 규제 압박 속 '홍콩 할인 상장' 굴욕

뉴욕·런던 상장 줄좌절 끝에 홍콩행… 기업 가치 270억 달러로 급락하며 17.3억 달러 조달
1분기 순이익률 -1.1% 적자 전환·美 매출 14% 감소… 소액 면세 폐지·테무 공세에 '이중고'
美 FTC 조사 및 CFIUS 안보 심사 직면… 미 의회 "월가 주관사들 강제노동 묵인" 맹비난
2025년 12월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쉬인(Shein) 사무실. 이 패스트패션 소매업체가 홍콩에서 상장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2월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쉬인(Shein) 사무실. 이 패스트패션 소매업체가 홍콩에서 상장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패스트패션 시장을 뒤흔들었던 중국계 초저가 이커머스 공룡 쉬인(Shein)이 뉴욕과 런던 증시 입성이 잇따라 좌절된 끝에, 전성기 기업 가치의 4분의 1 토막 수준인 약 270억 달러(약 37조 1,100억 원)의 '할인된 몸값'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소액 화물 면세(디미니미스) 폐지 추진 등 무역 장벽 강화, 강력한 경쟁사 테무(Temu)의 맹추격, 수익성 악화와 각국의 강제노동과 규제 조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결과라는 평가다.

8월 31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쉬인은 9월 1일부터 홍콩증권거래소(HKEX)에서 공식 주식 거래를 개시한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 중간 수준인 주당 48.56홍콩달러(약 8,515원)로 확정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회사는 약 17억 3,000만 달러(약 2조 3,78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는 지난 2022년 투자 유치 당시 평가받았던 역대 최고 기업 가치(1,000억 달러) 대비 무려 73% 폭락한 270억 달러 수준이다.

'마이너스 순이익률' 적자 전환… 美 매출 14% 급감


쉬인의 대폭 할인 상장 배경에는 급격히 악화된 경영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쉬인의 순이익률은 2023년과 2024년 8.7%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4.9%로 반토막 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1%를 기록하며 충격적인 적자로 전환됐다.

최대 핵심 시장인 1분기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급감했으며, 전 세계 총매출 성장률 역시 전년 대비 1%에 그쳐 사실상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의 스카이 카나베스(Sky Canaves) 수석 소매 애널리스트는 "홍콩 상장은 뉴욕과 런던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쉬인이 선택한 사실상의 '최후의 보루(Last Resort)'이며, 장기간 기다려온 초기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난 결과"라고 짚었다.

그는 "쉬인이 의류 외에 생활용품, 뷰티, 소형 가전 등 오픈마켓(3자 입점) 비중을 1분기 기준 38.6%까지 늘렸지만, 악화되는 무역 규제 환경을 상쇄할 만큼의 근본적인 사업 모델 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서방의 '소액 면세 폐지' 직격탄… 테무와 출혈 마케팅 전쟁


쉬인의 비즈니스 모델을 떠받치던 핵심 기둥은 800달러 이하 직구 물품에 관세를 면제해주던 서방의 소액 화물 면세 제도였다. 그러나 미국과 EU가 중국산 C-커머스(중국 전자상거래) 차단을 위해 면세 혜택 폐지와 관세 부과를 본격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핀둬둬(PDD) 산하의 테무(Temu)가 서구 시장에서 무차별적인 가격 할인과 마케팅 공세를 펼치며 쉬인의 점유율을 잠식했다. 모바일 분석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쉬인은 점유율 방어를 위해 전체 글로벌 광고비의 37%를 미국에 쏟아붓는 등 출혈성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美 규제 당국 전방위 압박… 의회 "월가 은행들, 中 폰지사기 방조"


상장 이후에도 쉬인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쉬인은 IPO 투자설명서를 통해 현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규제 합의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쉬인이 추진한 미국 패션 브랜드 에버레인(Everlane)의 8,000만 달러 규모 인수에 대해 국가 안보 심사를 진행 중이다.

쉬인의 상장 주관사로 참여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미국 대형 투자은행(IB)들을 향한 미국 정가의 비판도 거세다.

존 물레나르(John Moolenaar)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대형 은행들이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의혹을 받는 쉬인의 IPO를 돕는 것은 인권과 피해자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라며 "중국 공산당이 침체된 경제를 해외 자금으로 메우려는 도구로 월가를 악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쉬인의 홍콩 할인 상장은, 향후 ‘미·중 지정학적 갈등과 관세 장벽 속에서 중국계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이자 ‘저가 대량 생산에 의존하던 패스트패션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결정적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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