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입점업체 침해 허가·인지 안해”…테무 반소도 승소
제3자 콘텐츠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 법적 책임 가늠할 판결
제3자 콘텐츠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 법적 책임 가늠할 판결
이미지 확대보기입점 판매자가 올린 상품 사진의 저작권 침해에 온라인 플랫폼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법원이 플랫폼 운영사인 테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14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영국 런던 고등법원은 쉬인이 테무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을 기각하고 테무가 제기한 손해배상 반소도 받아들였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3자 판매자가 올리는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가 어느 범위까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시험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 쉬인 “수천개 상품에 사진 도용”…법원은 기각
쉬인은 테무 입점 판매자들이 자사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사진을 이용해 수천개의 의류 상품을 광고했다며 테무가 ‘산업적 규모’의 저작권 침해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쉬인 측은 테무가 단순히 판매자에게 온라인 공간만 제공하는 수동적인 중개업체가 아니라 판매자들의 저작권 침해를 적극적으로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베이컨 판사는 판결에서 “테무가 웹사이트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를 허가하지 않았으며 문제가 된 의류 사진들이 쉬인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그렇게 판단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테무는 재판 과정에서 자사는 중립적인 온라인 플랫폼이며 입점 판매자가 올린 상품 게시물의 책임은 해당 판매자에게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FT는 “이번 판결은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오는 이용자 콘텐츠에 대한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더 광범위한 논쟁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대형 기술기업을 상대로 비슷한 법적 쟁점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져 왔다.
◇ 테무 반소도 승소…손해배상 규모 추후 결정
테무는 쉬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반소에서도 이겼다.
테무는 쉬인이 부당한 저작권 침해 통지를 보내 자사 사이트에서 상품 목록을 내려야 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쉬인은 테무의 주장을 부인해왔다.
법원은 테무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며 실제 손해배상 규모는 향후 별도 재판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판결로 쉬인이 테무의 플랫폼 운영 자체에 저작권 침해 책임을 묻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요구했던 상품 삭제 조치 때문에 오히려 테무에 손해를 배상해야 할 가능성까지 생긴 셈이다.
◇ ‘딸기 무늬 잠옷’이 드러낸 저작권 소유권 논란
재판은 당초 수천장의 사진을 둘러싼 대규모 분쟁으로 시작했지만 최종 심리 과정에서는 소수의 사례로 범위가 좁혀졌다.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는 한 공급업체가 판매한 딸기 무늬 잠옷이었다.
이 상품은 판매 부진으로 쉬인에서 판매가 중단된 뒤 같은 사진과 함께 테무에 게시됐다. 하지만 해당 사진에 대한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둘러싼 쉬인의 주장이 재판 과정에서 크게 달라졌다고 FT는 전했다.
베이컨 판사는 이 상품의 저작권 소유권을 둘러싼 쉬인의 입장이 소송 과정에서 ‘상당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최종적으로 제시된 주장 역시 매우 복잡한 형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상품 사진이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진 사실 자체만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저작권 침해 책임을 곧바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번 사건의 복잡성을 드러낸 대목이다.
◇ 입점 판매자 불법행위, 플랫폼 책임 어디까지
이번 판결의 핵심은 쉬인과 테무 두 업체 사이의 승패를 넘어 온라인 장터 운영자의 책임 범위에 있다.
쉬인은 테무가 제3자 판매자의 활동을 단순히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자가 저지른 저작권 침해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테무가 해당 침해를 허용하거나 구체적인 침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입점업체가 수없이 많은 상품을 직접 게시하는 온라인 장터에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모든 게시물의 저작권 상태를 사전에 확인할 책임을 어디까지 부과할 수 있는지가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쟁점이었던 셈이다.
FT는 이 때문에 이번 소송이 제3자 판매자를 기반으로 사업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법적 책임을 가늠할 주요 시험대였다고 평가했다.
쉬인은 판결 뒤 성명을 통해 복잡하고 계속 변화하는 법률 분야에 대해 법원이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며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테무는 FT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쉬인과 테무는 저가 상품을 앞세워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하는 동시에 여러 국가에서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이번 영국 판결은 양사 사이의 분쟁 가운데 한 건에 대한 결론이지만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 판매자의 게시물에 대해 법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