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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깜짝실적, 'AI 회의론' 눌렀다

매출·이익 전망 모두 월가 예상 상회…메모리 공급 부족 2027년 이후까지 지속 전망
마이크론이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기술주 랠리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론이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기술주 랠리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챗GPT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깜짝 실적이 인공지능(AI) 랠리를 둘러싼 회의론을 누그러뜨렸다. 최근 기술주 매도세가 한국 반도체주와 미국 AI 관련주 전반으로 번진 가운데,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전망을 내놓으면서 AI 투자 열기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를 줬다.

25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5월 말 종료된 회계연도 3분기에 월가 전망을 크게 웃도는 매출과 이익을 기록했다고 전날 밝혔다. WSJ는 마이크론의 다음 분기 전망도 예상치를 상회했다고 보도했다. 실적 발표 뒤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4% 급등했고, 나스닥 선물 상승도 이끌었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414억6000만달러(약 63조9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 238억6000만달러, 전년 동기 93억달러를 크게 웃돈 수준이다.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282억4000만달러(약 43조6000억원), 조정 순이익은 288억6000만달러(약 44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마이크론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초점이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고성능 메모리와 저장장치 공급 능력으로 넓어지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새로운 병목 지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SK하이닉스·삼성전자 매도세 뒤집은 실적


마이크론의 실적은 기술주 조정이 이어진 직후 나왔다. 이번 주 투자자들이 AI 관련주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주가 흔들렸고, 미국에서는 마이크론 주가가 7.5%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5.5%, 오라클은 15% 떨어졌다.

그러나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는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과 AI 개발사들이 데이터센터 확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메모리 확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초대형 고객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어 현재의 높은 가격을 고정하려 하고 있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매우 큰 고객”들과 체결한 장기 계약을 거론하며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사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 경기순환 업종으로 꼽혔다. 그러나 AI 붐이 메모리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범용 부품에 가까웠던 메모리가 AI 인프라 투자 경쟁 속에서 전략적 자원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이 흐름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WSJ에 따르면 메모리와 저장장치 기업 일부의 주가는 최근 12개월 동안 900%에서 4000%까지 급등했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은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미만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현재의 호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여전히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 AI 랠리, 실적 확인 장세로 이동


WSJ에 따르면 마이크론 실적은 AI 랠리가 단순 기대감에서 실제 이익 검증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의 핵심 질문은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수조달러 규모로 확대될 AI 설비투자를 정당화할 만큼 소비자와 기업 고객이 AI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 의문은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AI 관련 대형주의 상승세가 일부 초대형 기업에 집중되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가 흔들릴 때 세계 증시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 구조가 됐다.

론 앨버해리 LNW 최고투자책임자는 WSJ와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현상으로 본다”며 “시장이 특정한 하나의 내러티브에 크게 의존할 때 나타나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금리 환경도 변수다.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공급망 투자는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에 더 매파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 AI 관련주의 부담이 커진다.

다만 24일에는 이란 전쟁 이전 수준을 향해 유가가 하락하면서 미 국채 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내려갔다. 차입 비용 하락은 고성장 기술주에 다시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 닷컴 버블 떠올리는 과열 신호도


그럼에도 시장에는 과열 경고가 남아 있다. 미국 반도체주 지수를 추적하는 한 지표는 최근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60%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0년은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의 과열 국면과 겹친다.

개인투자자들이 반도체주 등락을 세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리는 점도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3일 반도체 지수 하락에 세 배로 베팅하는 ETF에 사상 최대인 4억3700만달러(약 6740억원)를 넣었다. 다음 날 반도체주는 급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고객들에게 AI 투자 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단기적으로 투자 규모 전망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미 시장 가격에 많은 기대가 반영된 만큼, 낙관론에 도전하는 뉴스에는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일단 AI 공급망에 대한 불안을 잠재웠다. 그러나 동시에 AI 랠리가 앞으로는 기대감만으로 유지되기 어렵고, 실제 매출과 이익, 공급 부족 지속 여부를 계속 확인해야 하는 장세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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