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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첫 삽'에 두산·현대 웃는다… 22조 원전 공급망 선점 경쟁 촉발

캐나다 서방 첫 전력망용 소형원전 착공… 오는 2030년 가동 목표
대형 원전 대비 공기 절반 단축, AI 전력 대란 속 유일한 탈출구
만년 유망주에 머물던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이 드디어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만년 유망주에 머물던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이 드디어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만년 유망주에 머물던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이 드디어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 속에서 서방 세계 첫 전력망용 소형원전이 공사를 시작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주기기 제작 역량과 시공 경험을 가진 한국 원전 기업들이 거대한 공급망을 선점할 기회가 열린다.

말뿐이던 SMR 상용화, 캐나다서 첫 삽 떴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전력공사(OPG)가 온타리오주 달링턴 부지에 소형원전 건설을 시작했다고 지난 24(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300메가와트(MW)급 원자로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209억 캐나다달러로 우리 돈 약 2273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OPG는 지난해 4월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았다. 최근 1호기 기초 지지 구조물인 953t 규모의 슬래브 설치를 완료했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말로만 무성하던 소형원전 기술을 행동으로 증명하기 시작했다. 착공한 소형원전 4기의 총 발전 용량은 1.2기가와트(GW) 규모다.
이는 한국 차세대 대형 원전 1기 분량과 맞먹는다.

1킬로와트(kW)당 건설비로 환산하면 약 12750달러(1969만 원) 수준이다. 초기 설계와 인프라 구축 비용 탓에 대형 원전보다 단가 자체는 높다.

그러나 표준화한 모듈을 공장에서 찍어내 현장에서 조립하는 특성을 가진다. 설계 기준상 건설 기간을 대형 원전의 절반 수준인 3~4년으로 줄여 금융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도 대형 원전 설계 경험을 기반으로 개발한 소형 원자로 모델을 오는 2027년 출시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영국 정부 역시 지난해 항공우주기업 롤스로이스를 소형원전 선호 개발사로 선정했다. 영국은 국부펀드를 통해 막대한 금융 지원을 단행하며 주요국들과의 속도전에 나섰다.

빅테크 전력난 구원투수… 기술 노선별 한국 기업의 영토 확장


소형원전 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의 전력 확보 전쟁이 자리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일반 서버보다 전력을 4배에서 6배 이상 더 소비한다.

이 막대한 전력을 탄소 배출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대안은 원전이 유일하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을 위해 20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었다. 아마존과 구글도 각각 소형원전 개발사에 수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배런스 등 보도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테라파워 역시 올해 초 건설 허가를 받아 와이오밍주에서 착공에 나섰다.

글로벌 소형원전 대란은 한국 기업에 거대한 수출 기회로 다가온다. 소형원전은 크기가 작아 정밀한 주단조 기술과 특수 기자재 제작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세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어떤 설계 노선이 국제 표준이 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진영에 동시에 참여하는 실리 전략을 취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지분 투자자이자 핵심 공급망이다. 이미 소형원전 주기기 제작용 소재 생산과 압력용기 등 핵심 부품의 실제 모듈 제작 공정에 들어갔다.

소형원전 대형 단조 부품을 실제 상업적 규모로 양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글로벌 업체라는 독점적 지위 덕분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는 테라파워 진영과도 손을 잡았다. 동시에 캐나다가 채택한 경수로형 진영과도 주기기 공급 협약을 맺으며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시공 분야에서는 현대건설이 미국 홀텍의 경수로형 모델에 대한 글로벌 독점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재 상세 설계에 참여하는 반면, DL이앤씨는 테라파워의 4세대 비경수로형 기술 협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기술 노선별 승자가 누가 되든 주기기와 시공 역량을 갖춘 한국 제조업체와의 협력은 필수적인 단계라고 진단한다.

고순도 연료 병목과 지정학 리스크는 여전한 숙제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캐나다가 채택한 원자로는 저농축우라늄(LEU)을 연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캐나다는 현재 우라늄 농축 시설이 없어 연료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취약점이 있다. 특히 향후 주류가 될 4세대 소형원전의 경우 농축도 5~20% 수준의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이 필수적이다.

현재 글로벌 고순도 우라늄 공급망의 90% 이상을 러시아 국영기업 텐엑스가 독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가중된 지정학 리스크가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국내 자급망 구축에 나섰으나 본격적인 양산 전까지 연료 가격 상승과 공급 병목이 우려된다.

이에 오는 2030년으로 예정된 첫 호기 가동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와 초기 자금 부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소형원전이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우수하다고 해도 규제 기관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사업비 증액이나 일정 연기 리스크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토리존처럼 방사성 폐기물을 줄이는 용융염원자로(MSR) 신기술을 개발하는 컨소시엄도 등장했다.

하지만 완벽한 상용화 단계까지는 자금 조달 능력이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테마주 아닌 실적주 선별… 투자자가 봐야 할 3대 지표


소형원전 상용화 시대의 수혜주를 찾으려면 단순한 기대감에 기반한 테마성 접근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단순 양해각서를 넘어 실제 수주 잔고와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으로 연결될 실적주를 가려내야 한다.

투자자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기준 지표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단계별 설계 인증 획득 여부다. 이 인증은 기술적 안정성과 상업 가동 가능성을 검증하는 가장 확실한 규제 관문이다.

둘째, 글로벌 첫 호기(FOAK)의 실제 착공 및 시제품 납품 개시 시점이다. 첫 호기의 성공적인 건설 여부가 향후 후속 호기의 대량 수주로 이어지는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고순도·저농축우라늄 등 핵심 원전 연료의 장기 공급 계약 체결 현황이다. 지정학 리스크 속에서 연료 확보에 실패한 설계사는 원자로를 가동할 수 없다.

SMR은 더 이상 모호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이미 발주와 공급망이 움직이기 시작한 현실의 산업이다.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연연하기보다 글로벌 빅테크의 지분 투자 공시와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흐름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미 납품 계약을 쥔 기업 위주로 장기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매끄럽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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