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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종전 MOU 초읽기…'핵·제재·해협' 후폭풍 남았다

세계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최대 쟁점
동결자금·원유 제재 완화 시점 놓고 줄다리기
MOU 체결 후 60일 기술협상 최대 고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대이란 제재 해제, 핵 프로그램 처리 방식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서명이 성사되더라도 후속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있으나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동결자금 해제, 핵 프로그램 처리 방식 등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양측이 최종 서명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진행될 기술적 협상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문제다. 미국은 MOU 서명과 동시에 해협을 즉각 개방하고 이에 연계해 대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선(先) 해협 개방, 후(後) 봉쇄 완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해협 운영에 대한 주권과 통제권을 우선시하고 있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의 공동 의사결정 체계를 기반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의식해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이란은 수수료로 표현) 부과 의지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한 국제 항로 정상화와 이란이 구상하는 지역 공동관리 체제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은 MOU 체결을 위해 갈등 요소를 봉합했지만 향후 해협의 법적 지위와 운영 방식을 둘러싼 후속 협상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대이란 제재 해제와 동결자금 반환 문제 역시 양측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이란 언론은 MOU 체결 직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금이 우선 해제되고 나머지 자산도 단계적으로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도하며 사실상 제재 완화가 시작되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이란은 협상 과정에서도 일부 동결자금의 선제적 해제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미국은 이를 철저히 성과 기반 합의(performance-based deal)로 규정하고 있다. 이란이 합의한 의무를 실제로 이행하고 국제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만 동결자금 지급과 원유 수출 제재 완화 등 경제적 보상이 뒤따른다는 입장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역시 단순히 합의문에 서명하거나 회의에 참석한다고 해서 자금이 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동결자금 문제 역시 어느 쪽이 먼저 행동에 나설 것인지를 두고 최종 서명 직전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측의 입장 차가 가장 큰 분야는 핵 프로그램 문제다. MOU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무기한으로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는다는 선언적 문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구체적인 이행 방식에 대해서는 양국의 설명이 완전히 엇갈린다.

미국은 이란이 핵시설 해체와 핵 프로그램 폐기, 핵물질 제거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MOU 체결 이후 60일 동안 진행될 기술적 협상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집행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논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구체적인 핵 협상은 종전 합의가 이행된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과 관련해서도 자국 내 희석만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이 요구해온 국외 반출이나 폐기에 대해서는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핵심 쟁점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배경에는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군사적 압박으로 이란의 핵 개발 의지를 꺾었다는 외교·안보 성과를 강조하려는 반면 이란은 전쟁 상황에서도 체제와 주권을 지켜내고 경제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계산 속에서 양측은 협상 타결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자국에 유리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놓으며 여론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합의 내용에 대한 설명과 해석에서도 적지 않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서명 방식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서방 외교의 상징성이 큰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대면 서명을 선호하고 있지만 이란은 원격 서명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단순한 장소 선정 문제를 넘어 협상 주도권과 정치적 상징성을 둘러싼 힘겨루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요 외신들은 오히려 MOU 체결 이후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 모두 이번 합의를 자국의 외교적 승리로 포장하려 하지만 핵 프로그램 처리와 대이란 제재 해제, 안보 현안 등 핵심 쟁점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입장 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합의를 자국민에게 '승리'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 타결이 임박했지만 실제 가장 어려운 단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CNN 역시 MOU가 체결되더라도 향후 60일 동안 진행될 후속 협상 과정에서 핵 문제와 제재, 안보 현안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한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ksruf0615@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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