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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배터리·조선 전부 타깃…미국 새 관세 설계도, 한국 투자자가 봐야 할 것

트럼프, IEEPA 붕괴 후 무역법 301조로 연 256조 원 관세 장벽 재건
7월 24일 기한 전 새 체계 완성 시도…협상 결렬·보복 땐 전면 재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에 무너진 관세 장벽을 무역법 301조로 다시 쌓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설계도가 공개됐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지난 3일(현지시각) 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301조 조사가 완료될 경우 이론적으로 연간 최대 1690억 달러(약 256조 원)의 관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2025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로 거둔 1660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6월 2일 강제노동 301조 조사 결과로 60개 경제권에 10~12.5% 관세를 예고한 직후 나온 이 보고서는, 새 관세 체계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구멍이 많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IEEPA 붕괴 이후 3단계 관세 재건 작전


올해 2월 20일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헌이라고 6대 3으로 결정했다. 조세권은 오로지 의회에 있다는 헌법 원칙을 재확인한 이 판결로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 체계가 하루아침에 흔들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무역법 122조를 꺼내 전 세계 수입품에 10% 임시 부가관세를 부과했으나, 이 조항은 적용 기간이 최장 150일로 제한돼 오는 7월 24일 효력이 소멸한다.

이 공백을 메울 카드가 무역법 301조다. USTR은 3월 12일 두 갈래 301조 조사를 동시에 시작했다. 하나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규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혐의, 다른 하나는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이 미국 상업에 부담을 준다는 혐의다.

한국은 두 조사 모두의 대상에 포함됐다. 6월 2일 USTR은 강제노동 조사 결과를 먼저 공개하고, 15개 교역 상대에는 10%, 나머지 45개 경제권에는 12.5%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분류의 기준은 강제노동 수입 금지 조항의 이행 여부다. 유럽연합(EU), 캐나다, 인도네시아, 멕시코, 파키스탄은 금지 조항은 두고 있으나 실효 집행이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아 10% 관세 대상이 됐다. 한국과 일본, 스위스를 포함한 나머지 대다수는 금지 조항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12.5% 대상으로 분류됐다.

한국·EU 관세 부담, 15% 상한선 지킬까


애틀랜틱 카운슬 보고서의 핵심 쟁점은 새 301조 관세가 기존 최혜국대우(MFN) 관세에 얹히는 방식이냐 여부다. 보고서는 EU, 한국, 일본, 스위스가 IEEPA 협상에서 관세 상한 15%를 약속받았다는 점을 고려해, 이 상한선이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이 경우 EU 수입품에서 연간 340억 달러, 일본에서 63억 달러, 한국에서 43억 달러, 스위스에서 32억 달러의 관세 수입이 발생하는 것으로 모델링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관세가 MFN 세율에 더해져 부과될 경우 중국 관련 301조 관세가 그렇듯 EU와의 턴베리 협정(Turnberry Accord) 붕괴와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포함된 인도네시아, 대만, 캄보디아, 방글라데시는 이미 미국과 15~19%의 상호관세율을 고정한 협정을 맺은 상태다.

보고서는 행정부가 과잉 생산 301조 2차 조사를 통해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보고, 이들 국가에서 추가로 약 130억 달러의 관세 수입이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약 40개 경제권에도 12.5% 관세를 적용하면 130억 달러가 추가된다.

과잉 생산 301조 조사 2차 대상 16개 경제권에는 한국, 중국, 일본, EU 외에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 대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조사 대상 업종으로 자동차·부품, 반도체, 철강·알루미늄, 조선, 배터리, 기계류가 명시돼 있다.

1690억 달러 설계도, 그러나 변수는 산적


보고서는 새 301조 체계의 총 관세 수입 잠재력을 최대 1690억 달러로 계산했다. 중국 관련 몫은 660억 달러 수준이다. 중국은 이미 2018년 이후의 301조 관세에 232조 철강·알루미늄 관세까지 누적 부담을 지고 있어, IEEPA 시절과 비슷한 수위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미중 무역 휴전을 지키는 길이라는 분석이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중국에 대한 급격한 관세 인상은 미중 휴전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오히려 협상력과 수입을 동시에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수는 곳곳에 있다. 말레이시아는 대법원 판결 직후 IEEPA 관세 협정이 무효라고 선언했고, 인도는 협정 이행을 반복적으로 중단했다. 베트남과 태국은 협정 비준조차 마치지 못한 상태다.

USTR은 베트남에 대해 지식재산권 관련 3번째 301조 조사도 별도로 진행 중이어서 추가 관세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협정이 없는 국가들에는 강제노동과 과잉 생산 두 가지 조사가 동시에 적용돼 각각 10~20% 추가 관세가 쌓일 수 있으며, 브라질의 경우 기존 별도 301조 조사까지 더해 USTR이 25% 관세를 제안한 상태다.

보고서는 7월 6일 공개 의견 마감, 7월 7일 공청회라는 일정이 7월 24일 122조 관세 만료 직전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301조 관세를 그 시점에 맞춰 발효시키겠다는 행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보고서는 "협상 면제, 교역 상대의 보복, 법원의 행정부 권한 축소 가능성 등 가정이 바뀌면 수치도 달라진다"며 새 관세 장벽이 IEEPA 시절보다 더 복잡하고 취약한 구조 위에 서 있다고 결론지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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