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투자 몰리는 ‘로봇의 손’
인간 동작 구현 난제 해결이 기업가치 결정
인간 동작 구현 난제 해결이 기업가치 결정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중국 로봇 스타트업들이 핵심 부품인 ‘덱스트러스 핸드(Dexterous hand·정교한 로봇 손)’ 개발에 사활을 걸면서 기업가치가 수개월 만에 수십 배씩 치솟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를 가로막던 가장 큰 기술적 장벽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자, ‘로봇판 골드러시’가 재현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로봇 부품 시장은 최근 극단적인 자금 조달 속도를 보이며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항저우 기반 스타트업 자이노바(Xynova)가 샤오미, 리오토 등의 벤처 투자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 10억 위안(약 2231억 원)을 돌파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투자가 불과 두 달 전 이뤄진 자금 조달 직후에 성사됐다는 것이다.
150일 만의 유니콘 등극, 전례 없는 자금 쏠림
중국 로봇 업계의 자금 조달 속도는 글로벌 투자 시장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아지봇(AgiBot)에서 분사된 아지링크(AgiLink)는 지난달 기준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5091억 원)를 넘어서며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지위를 획득했다.
중국 벤처 투자 시장 분석 플랫폼인 IT저지(ITJuzi)의 우 메이메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단 150일 만에 유니콘 기업이 된 사례는 휴머노이드 부품 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로봇산업 내 스핀오프(분사)와 자금 조달 경쟁이 더욱 극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시장 선두를 달리는 링커봇(LinkerBot)의 사례는 이러한 광풍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4월 30억 달러(약 4조 5285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링커봇은 불과 두 달 사이에 기업가치를 두 배로 키웠다.
홍산(구 세쿼이아 차이나)과 앤트그룹 등 대형 투자사들이 매달 새로운 자금을 수혈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미 다음 라운드 기업가치로 60억 달러(약 9조 588억 원)를 거론하고 있다.
‘인간 손’ 구현이 휴머노이드 완성의 열쇠
중국 자본이 로봇 손 개발사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교한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손은 전체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중 가장 난도가 높은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HSBC의 최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손은 코어리스 모터와 텐전 로프 등을 활용해 인간의 섬세한 손가락 움직임을 모방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이동하는 로봇을 넘어, 공장과 사무실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지능형 노동자’를 만들기 위한 최후의 퍼즐 조각으로 평가받는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이 걷는 기능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암스 레이스(Arms Race)’는 얼마나 인간처럼 정밀하게 물건을 쥐고 다룰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현재 기술 수준은 바늘을 꿰는 수준까지 도달해 상용화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밸류에이트 리포트(Valuates Reports)에 따르면, 전 세계 정교한 로봇 손 시장 규모는 2024년 8억 1500만 달러에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2031년에는 100억 달러(약 15조 980억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기술 쏠림과 하드웨어 수렴… 로봇산업의 미래는
전문가들은 현재의 자금 조달 과열 양상이 단순히 거품이라기보다 로봇 기술의 표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신린증권(Sinolink Securities)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과 기술력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면서 업계 기술이 특정 방향으로 빠르게 수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간 내에 기업가치가 팽창하면서 실제 기술적 성과보다 시장의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관계자는 “로봇 하드웨어의 급격한 성장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의 결합인 ‘엠바디드 AI(Embodied AI)’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라면서도 “자본의 속도만큼 기술의 신뢰성과 생산 단가 절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로봇 시장의 공격적인 행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전 세계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타임라인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이 융합된 ‘로봇 손’의 완성도가 향후 글로벌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