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유지비 4만8000 파운드 굴욕…英 전 공군참모총장 "취소하라" 촉구
관료주의 족쇄 갇힌 다국적 방산 동맹…책임자 없는 '템페스트' 사업의 아킬레스건
관료주의 족쇄 갇힌 다국적 방산 동맹…책임자 없는 '템페스트' 사업의 아킬레스건
이미지 확대보기영국이 이탈리아·일본과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기 사업 GCAP(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템페스트)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토네이도·타이푼으로 이어진 다국적 전투기 개발 실패의 역사가 세 번째로 반복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의 방산 전문 칼럼니스트 루이스 페이지(Lewis Page)는 24일(현지시각) "국방투자계획(DIP)에서 대규모 재정 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GCAP이 첫 번째 삭감 대상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신 드론 전력 확충 등 실용적 전력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걸프전 토네이도 8대 격추·타이푼 1대 2억1500만 파운드…다국적 협력의 잔혹사
영국의 다국적 전투기 협력 역사는 참담하다. 이탈리아·독일과 공동 개발한 토네이도(Tornado)는 1991년 걸프전에서 단 1가지 전술인 저고도 고속 비행에만 의존했다가 48대 중 8대가 이라크 방공망에 격추됐다. 전투기 버전은 배치 기간 내내 조롱거리였다. 복잡한 가변익 구조는 공학계의 흑역사가 됐다.
뒤이어 나온 유로파이터 타이푼(Typhoon)은 더 비쌌다. 감사원(NAO) 보고서에 따르면 타이푼 1대 취득 비용은 2011년 기준 2억1500만 파운드 이상(현재 환율 기준 약 2억6400만 달러)이다. 미 공군 F-22 랩터보다 비싼 금액으로 한 세대 뒤처진 4세대기를 구매한 셈이다. 2007년 영국 공군 배치 당시 F-22는 이미 2년째 운용 중이었다.
현재 영국 공군은 타이푼 107대를 보유하지만 서류상 7개 비행대대 유지에 실제 가용 기체는 65~70대에 불과하며 20대 이상은 장기 비가동 상태다. 트랜치1 타이푼 잔여분은 내년 퇴역 예정으로 절반 이상의 수명이 남은 상태다.
시간당 F-35A의 2배…달튼 전 참모총장 "정상적 우선순위 조정이었다" 해명
운용 비용도 문제다. 타이푼의 시간당 비행 유지비는 4만5000~4만8000파운드다. 한 세대 앞선 F-35A는 2만5000~3만1000파운드다. 만약 타이푼 대신 F-35A를 운용했다면 연간 3억 파운드 절감, 30년 수명 기준 총 90억 파운드를 아낄 수 있다. 타이푼이 이처럼 비싼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다국적 협력 구조다.
달튼 경은 텔레그래프의 논평 요청에 "2011년 NAO 보고서는 타이푼이 실전 배치로 전환되는 과정의 매우 복잡한 다국적 사업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 공군은 통상 작전에 초점을 맞추며 훈련은 정상적인 전력 생성의 일환으로 조정됐다"며 "2010년 해리어 퇴역 결정은 긴축 재정 환경에서 다양한 능력에 걸친 비용 효율성을 근거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NAO는 당시 "이 거대한 다국적 사업을 총괄하는 단 한 명의 책임자도 없다"고 질타한 바 있다.
페이지 칼럼니스트는 "영국은 이탈리아·독일과 토네이도를 만들어 비싸고 길었던 재앙을 낳았고, 이탈리아 등과 타이푼을 만들어 더 비싸고 더 길었던 재앙을 낳았다. 이번엔 이탈리아·일본과 템페스트를 만들려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명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일 의사결정 라인을 갖춘 독자 개발 전투기가 다국적 협력기보다 비용과 납기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영국의 역사로 입증됐다"며 "KF-21처럼 합리적인 유지비와 예측 가능한 군수 지원을 갖춘 4.5세대 전투기가 이 틈새를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