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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이던 美 기갑여단, 돌연 회항…트럼프 '유럽 감군' 본격화

폴란드행 제1기병사단 기갑여단 4000명 전개 취소…헤그세스, 군 건의 뛰어넘어
"본토·인도·태평양 집중"…주한미군 연계 우려 속 나토 동부전선 충격 확산
미 육군 아파치 공격헬기가 지난해 9월 폴란드에서 나토 연합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폴란드 배치를 위해 이미 이동 중이던 제1기병사단 예하 4000명 규모 기갑여단의 전개를 돌연 취소하며 유럽 주둔군 감축에 가속도를 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 육군 아파치 공격헬기가 지난해 9월 폴란드에서 나토 연합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폴란드 배치를 위해 이미 이동 중이던 제1기병사단 예하 4000명 규모 기갑여단의 전개를 돌연 취소하며 유럽 주둔군 감축에 가속도를 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이동을 시작한 미군 병력과 장비가 도중에 발길을 돌리는 전례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주둔 미군 감축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폴란드 배치를 위해 이미 이동 중이던 미 육군 기갑여단이 전격 취소 명령을 받았다. 미국 전략의 축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하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주한미군 연계 가능성에 대한 우리 군의 촉각도 곤두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 시각) 미 국방부가 폴란드 배치를 준비하던 미 육군 제1기병사단 예하 제2기갑여단전투단(2nd ABCT·'블랙잭 여단')의 유럽 전개를 전격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4000명 이상 규모인 이 여단의 장비와 병력 일부는 이미 유럽 이동 절차에 들어간 상태에서 명령이 내려졌다. 결정은 13일 미 유럽사령부(EUCOM)와 주유럽·아프리카 미 육군 참모진 간 회의에서 전달됐으며, 아미 타임즈가 처음 보도했다.

환송식 치른 지 며칠 만에 회항…군 내부도 당황


이번 결정이 군 내부에서도 충격을 준 이유는 절차의 파격적 역전에 있다. 미 유럽사령부는 9개월 순환배치 종료 후 후속 병력을 보내지 않는 방식을 건의했을 뿐, 이동 중인 전개 자체를 중단하라고 권고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이 군의 단계적 건의를 뛰어넘어 즉각 취소를 결정하면서 방산 라인 내부도 적지 않은 당혹감을 드러냈다고 WSJ은 전했다.
이 여단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반대 분위기였다. 블랙잭 여단은 이달 초 텍사스 포트후드(Fort Hood)에서 유럽 파병을 앞두고 공식 환송식까지 거행했다. 당시 제1기병사단장 토머스 펠티(Thomas Felty) 소장은 "기갑여단전투단이 전방에 배치될 때, 그것은 분명하고 오해할 수 없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신호가 채 며칠도 되지 않아 뒤집혔다. 미 육군장관 댄 드리스콜(Dan Driscoll)과 육군참모총장 대행 크리스토퍼 라네브(Christopher LaNeve) 대장은 지난 12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 결정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결정의 급작스러움을 방증한다.

이번 취소는 독립적 사건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 방침을 공식화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줄일 것"이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주둔군 철수 가능성도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독일 감축 결정에는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가 미국의 대이란 전쟁 대응을 비판한 것에 대한 정치적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나토 정상회담에서 공식 발표했던 독일 배치 장거리 미사일 부대 계획도 철회했으며, 지난해에는 루마니아 주둔 미 전투여단을 감축한 바 있다.

"유럽은 스스로 지켜라"…인도·태평양 집중 전략의 가속


미 국방부는 올해 1월 발표한 국가방위전략(NDS)에서 "미군은 본토 방어와 인도·태평양에 집중할 것이며, 다른 지역에서는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의 주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기갑여단 취소는 이 전략을 문서가 아닌 현실에서 구현한 첫 번째 가시적 사례로 해석된다. 국방부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으며, 나토 고위 군사 관계자는 "나토는 동부 측면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폴란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시(Władysław Kosiniak-Kamysz) 국방장관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이번 조치는 폴란드에 관한 것이 아니며, 일부 미군 유럽 주둔 변화에 관한 사전 발표와 연관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병력을 폴란드로 옮길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폴란드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폴란드 역시 미국의 감축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이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감축이 완료되면 유럽 주둔 미군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유럽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 축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할수록 주한미군을 포함한 역내 미군 재배치 논의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우리 군 당국 내에서도 제기된다. 냉전 이후 구축돼 온 미국 주도의 유럽 방어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국면의 시작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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