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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산 '트리플 폭락'… 은값 7% 급락·국채 금리 급등 왜?

인플레 공포·이란 전쟁·미중 회담 실망감 '삼중 악재' 동시 강타
연준 금리 인하 확률 '0'… 12월 인상 가능성 50% 육박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재확산 공포와 지정학적 불안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채권·주식·귀금속 시장이 15일(현지시각) 동반 급락했다.

영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15일(현지시각)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544%까지 치솟고 은 현물 가격이 6.5% 넘게 곤두박질치는 등 주요 자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이란 전쟁 장기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3일간의 정상회담 성과 부재, 영국 정치 불안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채·귀금속 동시 매도… "시장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


런던 현지시각 오전 10시 56분 기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약 9bp(베이시스포인트) 상승한 4.544%를 기록했다. 이는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길트) 금리는 15bp 올라 5.142%에 달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란 전쟁 여파에 민감한 일본도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한때 19bp 급등한 뒤 12bp 상승으로 마감됐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국 국채 금리도 일제히 뛰었다.

귀금속 시장 타격도 컸다. 금 현물은 2% 떨어진 온스당 4552.59달러(약 683만원)에 거래됐고, 은 현물은 6.5% 내린 온스당 78.08달러(약 11만 7182원)로 주저앉았다. 금·은 선물 가격은 각각 2.6%, 7.7%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은 채굴 기업과 상장지수펀드(ETF)도 사전 거래에서 줄줄이 내렸다. 프로셰어즈 울트라 실버 ETF는 12% 이상,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는 6% 하락했다.

주식시장도 흔들렸다. 아시아와 유럽 증시가 크게 하락한 가운데, 미국 증시 선물도 약세로 출발할 것을 예고했다. 전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5만 포인트를 회복하고 S&P 500 지수가 처음으로 7500선을 넘어선 직후여서 시장의 충격이 더 컸다.

마티올리 우즈(Mattioli Woods)의 투자 매니저 로렌 하이슬럽(Lauren Hyslop)은 15일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국채 금리 상승이 다시 시장을 지배하며 금융 환경을 옥죄고 위험 자산 선호 심리를 갈아 앉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으며, 완강한 인플레이션과 예상 밖의 강한 성장세가 의미 있는 금리 인하 전환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슬럽은 또 "달러 강세와 유동성 지원 기대 약화가 주식과 귀금속 모두에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발 데이터센터 투자 붐도 물가 자극"…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50%


모닝스타(Morningstar) 펀드 리서치 책임자 에반젤리아 그케카(Evangelia Gkeka)는 이날 CNBC에 "채권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상쇄할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하면서 국채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귀금속 하락에 대해서는 "달러 강세로 국제 투자자 입장에서 금·은 매입 비용이 늘어난 데다, 금리 인상 기대가 겹쳤다"며 "지정학적 불안 속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현금화하기 쉬운 귀금속과 주식을 처분하는 투자자들도 있고, 장기 강세 이후 차익 실현 매물도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너스 헨더슨 인베스터스(Janus Henderson Investors)의 하이일드 채권 부문 총괄 톰 로스(Tom Ross)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국채 금리 급등이 개별 요인과 거시경제 기대 변화가 뒤섞인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시진핑 3일간 회담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리더십 위기로 재정 긴축 기조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영국 국채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넓게 보면 투자자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장기화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자산 가격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같은 방향의 신호가 나왔다. 4월 일본 도매물가(생산자물가)가 1년 전보다 4.9% 올라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 도구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금융 시장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0'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오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50%로 높아진 상태다.

로스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또 다른 변수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급증을 지목했다.

그는 "AI의 장기적 영향은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지만, 지금 당장은 데이터센터 대규모 구축에 따른 반도체·냉각 장비 수요 폭발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기업들이 고객에게 주문 선행을 요청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로 연료·원자재 비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위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매도세가 단기 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구조적 금리 상승 국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을 가를 5월 물가 지표와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이 글로벌 자산 시장의 다음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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