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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잠수함까지 영국서 만든다"…오커스, 사실상 '서방 통합 잠수함 공장'으로 진화

英 밥콕, 美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부품 생산 착수…사상 첫 외주 계약
CMC 공동 개발 인연으로 核 인증 조선소 인정…로지스, 원자로·압력선체는 제외
영국 로지스(Rosyth) 조선소 전경. 밥콕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이 조선소는 CMC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영국 핵잠수함 공급망에 이미 편입돼 있으며, 이번 버지니아급 외주 계약으로 참여 범위가 공격잠수함 생산 영역까지 확대됐다. 사진=로지스 조선소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로지스(Rosyth) 조선소 전경. 밥콕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이 조선소는 CMC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영국 핵잠수함 공급망에 이미 편입돼 있으며, 이번 버지니아급 외주 계약으로 참여 범위가 공격잠수함 생산 영역까지 확대됐다. 사진=로지스 조선소

영국 방산업체 밥콕 인터내셔널(Babcock International)의 로지스(Rosyth) 조선소가 미국 해군 버지니아(Virginia)급 Block VI 핵추진 공격잠수함 생산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다. 미국이 자국 핵잠수함 산업의 심각한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영국 조선소를 생산망에 편입시키면서, 오커스(AUKUS)가 정치적 선언에서 실질적인 통합 잠수함 산업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현지 시각) 영국 해군 전문 매체 UK 디펜스 저널(UK Defence Journal) 보도에 따르면, 밥콕과 미국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는 지난 2025년 12월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으며, 현재 로지스 조선소에서 첫 단계 작업이 이미 진행 중이다. HII는 이를 "뉴포트뉴스 잠수함 작업을 위해 밥콕에 발주한 버지니아급 최초의 외주 생산 계약"이라고 공식 표현했다.

CMC 공동 개발에서 버지니아급 외주까지…신뢰 쌓인 파트너십의 연장


이번 계약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님을 보여주는 맥락이 있다. 로지스 조선소는 이미 공통 미사일 격실(CMC·Common Missile Compartment)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핵잠수함 산업의 신뢰받는 공급자로 자리매김해 있다. CMC는 영국 차세대 전략핵잠수함 드레드노트(Dreadnought)급과 미국 컬럼비아(Columbia)급에 공통 적용되는 핵심 설계로, 양국이 설계비를 분담하고 공급망을 공동화하는 구조다. 각 드레드노트함은 3개 쿼드팩 격실에 트라이던트 II D5 탄도미사일 12발을 탑재하며, 더 큰 컬럼비아급은 16발을 탑재한다.
로지스는 이 프로그램에서 전술 미사일 튜브 조립체(TMA·Tactical Missile Tube Assemblies)를 생산해왔다. 2020년까지 75개 미사일 튜브 계약을 확보했으며 로지스와 브리스톨 두 곳에서 2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투입됐다. 2025년에는 컬럼비아급 추가 미사일 튜브 계약도 체결되며 공급자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이런 축적된 신뢰가 버지니아급 외주 계약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현재는 인증·공구 설비·제조 통합·인력 준비에 초점을 맞춘 소규모 초기 엔지니어링 계약 단계다. 원자로 기술과 압력선체 제작은 미국 해군 원자로 규정상 외부 이전이 엄격히 금지되며, 로지스가 맡을 영역은 구조물 조립체·장비 기초부·보조 잠수함 모듈 등으로 분석된다.

버지니아급·컬럼비아급·AUKUS 동시 건조에 美 조선 산업 한계 봉착


미국이 동맹국 생산능력을 끌어들이는 배경은 명확하다. 제너럴 다이내믹스 일렉트릭 보트(GDEB)와 뉴포트뉴스 조선소는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 증산과 컬럼비아급 전략핵잠수함 동시 건조, 그리고 미래 오커스 호주 잠수함 지원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인력 부족, 공급망 혼란, 생산 지연이 겹치며 목표 건조율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뢰받는 동맹국 산업 역량 활용이 이 압박을 완화할 몇 안 되는 현실적 방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로지스 조선소는 미국 입장에서 이상적인 선택지다. 핵 인증 인프라와 대형 모듈 생산 홀, 중량물 운반 능력, 고완결성 잠수함 제조 경험을 갖추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QEC)급 항공모함 조립에서 입증한 대규모 모듈식 해군 건조 프로그램 관리 능력도 강점이다.

Block VI는 버지니아급 최신 반복형으로 스텔스·효율성·소나 배열·프로펄서·해저전 도구 등이 강화됐다. 중앙부 4개, 전방 2개로 배치된 6개의 25.6m 길이 VPM(버지니아 페이로드 모듈) 캐니스터를 장착하며, 각 캐니스터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7발씩 총 40발 이상의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다. SSN-AUKUS에도 유사한 수직발사 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나 구체적 수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밥콕의 성공적 납품이 이뤄진다면 향후 SSN-AUKUS 생산 및 유지보수 작업으로 참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이번 계약은 오커스가 정치적 틀에서 실제로 통합된 동맹 잠수함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구체적 증거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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