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A 예산 33%·인력 37% 폭증에도 美·英 조선소 생산 한계 '발목'
2040년대 초 첫 호주 핵잠, 핵폐기물 처리장도 미정…오커스 사업 흔들
2040년대 초 첫 호주 핵잠, 핵폐기물 처리장도 미정…오커스 사업 흔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영국·호주 3국 핵잠수함 동맹 오커스(AUKUS)의 비용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반면, 정작 핵심 자산인 잠수함 실물 인도 가능성에는 갈수록 짙은 물음표가 붙고 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이 인도·태평양 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서방 핵심 동맹의 해군력 증강 프로젝트가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양상은 향후 역내 전력 공백과 한국의 역할 확대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대목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12일(현지 시각) 호주 정부가 2026~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오커스 핵잠수함 사업 총괄기관인 호주잠수함청(ASA·Australian Submarine Agency)의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고 보도했다. ASA의 내년도 예산은 기존 3억8500만 호주달러(약 4162억 원)에서 5억1200만 호주달러(약 5535억 원)로 33% 급증했으며, 인력도 883명에서 1209명으로 37% 확대된다.
4년 예산 4659억 불어났는데…잠수함은 언제 오나
예산 팽창은 단년도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예산안은 2028~2029년까지 4년간 ASA 총예산을 17억 호주달러(약 1조 8378억 원)로 편성했으나, 이번 예산안은 동일 기간 기준으로 21억3000만 호주달러(약 2조 3027억 원)로 확대했다. 1년 만에 4억3100만 호주달러(약 4659억 원)가 추가된 셈이다. ASA 연간 예산 정점 역시 당초 2026~2027년 5억2900만 호주달러(약 5718억 원)에서 2028~2029년 6억4100만 호주달러(약 6929억 원)로 2년 뒤로 밀리며 규모도 커졌다.
호주 정부는 오커스를 "악화하는 전략 환경에 대한 신중한 대응"으로 규정하고, "핵잠수함의 스텔스·사거리·속도·지속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수십 년간 강력한 잠수함 능력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커스의 '필러 원(Pillar One)'은 호주에 재래식 무장 핵추진 잠수함 전력을 구축하는 것으로, 미국 버지니아급 잠수함 도입과 영·미·호 3국 공동 개발 차세대 핵잠수함 SSN-AUKUS 건조가 두 축이다.
그러나 예산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실물 인도 전망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 계획상 미국은 2030년대 초부터 호주에 버지니아급 3척(중고 2척, 신조 1척)을 넘겨야 한다. 문제는 미 조선소들이 지난 15년간 연평균 1.1~1.2척 수준의 핵잠수함밖에 건조하지 못했다는 현실이다. 미 해군 자체도 필요한 잠수함 전력의 4분의 3밖에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이미 "호주에 버지니아급을 아예 넘기지 못하고 미 해군 잠수함을 호주 항구에 순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공개 검토했다.
英 조선업은 더 심각…핵폐기물 처리장도 30년째 미정
영국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호주 핵잠수함 프로그램의 기술적 근간인 SSN-AUKUS는 영국이 먼저 설계·건조한 뒤 호주가 이를 기반으로 자국 내 건조에 나서는 구조다. 영국 해군 첫 SSN-AUKUS는 2030년대 후반 완성을 목표로 하며, 이를 기반으로 호주가 애들레이드에서 자체 건조할 첫 번째 함은 2040년대 초반에야 실전 배치된다. 자국산 12척 가운데 나머지도 모두 2040년대 이후 순차적으로 투입 예정이다.
영국 조선산업은 수십 년에 걸친 투자 부진과 방치로 생산 능력이 심각하게 위축된 상태다. 영국은 오커스 SSN-AUKUS 건조에 앞서 애스튜트급 공격잠수함 추가 1척과 드레드노트급 핵탄도잠수함(SSBN) 4척을 유일한 잠수함 건조 시설인 배로-인-퍼니스(Barrow-in-Furness) 조선소에서 먼저 완성해야 한다. 최근 미·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시점에 영국 해군은 보유한 공격잠수함 6척 가운데 단 1척만 실전 배치 가능 상태였으며, 호주를 방문 중이던 HMS 앤슨(HMS Anson)도 긴급 복귀 명령을 받았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더욱 근본적인 난제다. 호주는 핵잠수함 운용 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 저장 부지를 30년간 찾고 있으나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리처드 말스 전 국방장관은 2023년 "12개월 안에 부지 선정 절차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 계획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예산안은 호주방사성폐기물청에 2년간 1190만 호주달러(약 128억 원)를 배정해 폐기물 관리·처리 경로 수립을 위한 자문을 지원한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실질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2050년까지 오커스 전체 사업 비용은 최대 3680억 호주달러(약 39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여기에는 미국과 영국 조선소의 생산 능력 확대 지원을 위해 각국에 지급할 약 46억 호주달러(약4조 9729억 원)씩이 포함된다. 업계 전문가와 방산 분석가들은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최대 안보 프로젝트이지만, 동시에 서방 방산 생산 능력 위기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예산은 폭증하되 잠수함은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