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 봉합 후 첫 국빈 방문…호르무즈 재개방·희토류·인공지능 패권까지 초대형 의제 격돌
글로벌 공급망·에너지 시장 좌우할 협상 결과에 세계가 주목
글로벌 공급망·에너지 시장 좌우할 협상 결과에 세계가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란 전쟁·대만·인공지능(AI)·무역·펜타닐(fentanyl) 등 5대 핵심 의제가 테이블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약 10년 만이다. 140%를 웃도는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격화됐던 무역 갈등이 일단 봉합된 직후에 이뤄지는 이번 회담은, 그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르무즈 봉쇄·희토류 카드…경제 무기가 된 지정학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직접 압박하려는 첫 번째 카드는 이란 문제다. 미국은 중국이 테헤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이끌어 주기를 원한다.
중국 역시 원유 수입량의 절반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수로 봉쇄 장기화는 자국 경제에도 타격이다.
다만 회담 직전 미국이 이란산 원유 운송과 이란 군사작전에 위성영상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중국 기업 여러 곳에 제재를 부과하면서 협상 분위기에 긴장감이 더해졌다. 베이징은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대만 문제도 뇌관이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0억 달러(약 16조 3845억 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를 승인했으나 아직 실제 인도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베이징은 워싱턴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수준에서 나아가 '반대한다'는 표현을 공식화해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진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무부·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존 커비는 "대만 문제에서는 발언 하나하나가 극도로 정밀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판돈이 엄청나게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역 전선은 표면적으로는 휴전 국면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미국이 14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희토류 광물과 자석의 대미 수출을 차단하는 카드를 꺼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이 무기 재고를 상당량 소진한 상황에서, 다수의 군사 부품 공급망이 중국 지배 광물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 워싱턴 안팎에서 나온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보잉 항공기·농산물·에너지 관련 구매 의향을 밝히는 대신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와 미국 내 투자 장벽 해소, 그리고 '무역위원회'에 맞먹는 '투자위원회' 신설을 요구할 것으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AI 패권 경쟁·펜타닐…기술 냉전과 마약 전쟁도 의제
인공지능 패권 경쟁은 이번 회담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지난 4월 백악관은 중국이 미국 AI 연구소의 지식재산을 산업 규모로 탈취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고, 베이징은 이를 부인했다.
미국은 엔비디아(Nvidia)의 최첨단 반도체 칩 수출을 막아왔으며, 지난 1월에는 두 번째로 강력한 H200 칩의 수출을 허용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실제 선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와 AI 윤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국 정상이 AI 오용 정보 공유 및 안전 지침 등 비구속적 규범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I 무기화와 군사 적용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이러한 안전망이 없으면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기반을 의식해 강하게 밀어붙일 의제가 펜타닐이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펜타닐 원료 물질을 공급해온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무부의 연례 '주요 마약 통과·불법 마약 생산국' 명단에서 빠지기를 원한다. 이 명단은 오는 9월 갱신될 예정이다. 지난 3월 유엔 마약 회의에서 양국은 펜타닐과 무역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미국이 관세 압박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펜타닐 협상 지렛대가 중국의 버티기로 사실상 약해진 상태에서 이번 회담이 얼마나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